동백팀이 병원 로비에 피운 온기

동백팀의 봉사 활동

by 이천우

동백팀이 병원 로비에 피운 온기


동백팀의 정열적인 발레



지난 12월 18일(목) 오후 4시, 봉생힐링병원 3층 로비에 작지만 특별한 무대가 섰다. 이름은 ‘따뜻한 동백의 선물, 행복 콘서트’. 평소에는 조용하고 절제된 공간인 병원 로비였지만, 이날만큼은 공기가 달랐다. 노래가 가장 먼저 분위기를 열었고, 이어진 박수는 사람들의 얼굴을 환하게 밝혔다. 이 무대는 부산여고 졸업생들로 구성된 시니어 공연팀 ‘행복을 나누는 동백팀’이 환자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다.


‘동백팀’이라는 이름은 단순히 고운 어감 때문만은 아니다. 부산여고의 교화(校花)인 동백꽃에서 따온 이름으로, 동백은 한겨울 추위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피어난다. 그 상징처럼, 이들 역시 겨울 속으로 들어가 따뜻함을 전하고자 했다. 공연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70세 이상의 시니어다. 젊을 적과는 달리 몸도 일정도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지금이 겨울이기에 더 따뜻하게 피어나야 한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나이는 그 어떤 열정도 가로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들이 말이 아닌 삶으로 증명해 보였다.

공연은 정성스럽게 구성되었다. 합창으로 문을 열고, 오카리나가 겨울의 선율을 불러왔으며, 독창은 마음 깊은 곳을 두드렸다. 이어진 발레 ‘백조의 호수’는 병원 로비를 작은 공연장으로 바꾸어 놓았고, 마지막 크리스마스 캐롤은 성탄의 온기를 공간 곳곳에 퍼뜨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오래 남는 것은 곡목이 아니라, 무대를 바라보는 이들의 표정이었다. 환한 얼굴, 붉어진 눈가, 그리고 조용히 흐르는 눈물. 어떤 환자에게는 “나는 오늘 관객이다”, “나는 지금 음악과 발레를 즐기는 사람이다”라는, 작지만 귀한 감정이 깃들었을 것이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이런 순간은 흔치 않다. 그래서 더욱 귀하고 깊다.


이 자리에서 자원봉사의 본질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믿는다. ‘행복 나르기’는 겉으로는 환자들을 위한 일이었지만, 그 따뜻함은 결코 일방적이지 않았다. 환자들이 웃고, 울고, 박수치는 동안, 무대 위 봉사자들 역시 눈시울을 붉혔다. “누군가를 위로하려 했는데, 되레 내가 위로받았다.” 이 말은 흔한 수사가 아니다. 자원봉사의 진짜 힘은 바로 거기에 있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나누지 않고, 같은 공간 안에서 함께 따뜻해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공감’이며, ‘치유’가 아닐까 싶다.

물론 현실은 이상만큼 부드럽지 않다. 공연 한 번으로 병의 고통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자원봉사는 시간도, 체력도, 무엇보다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나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래서 더욱, 이런 무대가 자주, 널리, 오래 지속되어야 한다고. 병원 로비처럼 마음이 움츠러드는 공간에 켜진 작은 불빛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밝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세상을 단숨에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등대가 될 수 있다.



다가오는 성탄을 앞두고, 우리는 다시 ‘작은 일’의 힘을 기억해야 한다. 구원이란 말이 신학의 언어에만 머물지 않고, 일상의 손길로 내려오기를 바란다. 오늘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적지 않다. 첫째, 주변 병원이나 요양기관, 복지관에 어떤 문화 봉사가 필요한지 살펴보자. 둘째,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괜찮다. 짧은 낭독 한 편, 손편지 한 장, 노래 한 곡이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 셋째, 꼭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좋다. 공연을 알리고, 공간을 마련해주고, 격려의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함께할 수 있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는 아이처럼 들뜬 얼굴이었다. “환자분들이 정말 좋아하셨어”, “공연한 우리들이 더 위로받고 온 것 같아”라고 말하던 모습에서, 조심스러웠던 준비의 시간은 어느새 눈부신 에너지로 바뀌어 있었다. 망설이던 마음은, 누군가의 하루를 밝혀준 따뜻한 기억으로 피어났다. 자원봉사는 결국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물들이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새삼 실감했다.


추운 겨울, 병원 로비 한편에서 피어난 동백 한 송이는 우리 모두의 마음에 잔잔한 불빛을 남겼다. 이 겨울, 나는 부산여고 시니어 동백팀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들이 전한 따뜻함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가기를, 그래서 우리의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백조와 같은 아름다운 마음이 세상에 퍼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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