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2박 3일, 사랑이는 콩팥과 내장의 순환을 돕기 위해 동물병원에 입원해 수액 치료를 받는다.
오늘도 우리는 이른 아침 햇살을 따라 웅산으로 향했다. 한 시간 넘게 산등성이를 걸으며 이슬 내음과 풀잎 사이로 스며든 햇빛을 맞았다.
내가 작은 등산용 가방을 가볍게 흔들며 “가자” 손짓하면, 사랑이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스스로 가방 속에 몸을 맡긴다.
비 오는 날에도 우리의 길은 멈추지 않는다.
빗줄기가 굵어지면 방수 천이 덮인 등산 가방 속에 사랑이를 조심스레 안긴다. 차가운 빗방울이 가방 위를 두드릴 때면, 사랑이는 포근한 천 속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고개를 내밀며 안정을 찾는다. 그 순간, 서로의 체온이 전해지며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한 위로를 얻는다. 비가 그치고 다시 산길에 나서면, 임도 위로 우리의 발자국이 나란히 이어진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하면 풍경은 차갑게 바뀐다.사랑이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얀 벽과 의료 장비 소리, 낯선 사람들의 발걸음에 긴장한다. 작은 메탈 케이지에 들어서는 순간, 사랑이는 그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 시선에 가슴이 저며온다.
원장님은 능숙하게 가는 주삿바늘을 사랑이의 앞발 중간에 찌르지만, 사랑이는 바늘이 들어올 때마다 눈을 찡그리며 살짝 원장님의 손을 물려 애쓴다. 투명한 수액 주머니에서 맑은 물줄기가 천천히 몸속으로 스며들고, 사랑이의 짧은 신음이 공간을 가른다. 그 소리에 나의 마음도 덩달아 먹먹해진다.
나는 조심스레 사랑이를 간호사에게 안겨 주고 돌아선다.케이지 너머로 들려오는 사랑이의 짖음은 마치 “왜 저를 두고 가세요?”라 묻는 듯하다.그 호소는 내 마음 깊숙이 파고들어, 뒤돌아 걸을 때마다 등 뒤에 무거운 짐처럼 남는다.
산책길의 따스한 기억과 병원 대기실의 냉기가 교차하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서로를 위해 이 작은 의식을 반복한다. 앞으로 사랑이는 수많은 입원을 견뎌야겠지만, 나는 믿는다.
가방 속의 포근함, 빗속 산길의 기억, 그리고 함께 걸었던 웅산의 푸른 기운이 사랑이에게 힘이 되어줄 것임을.
오늘도 나는 무겁지만 단단한 발걸음으로 돌아선다.가벼울 순 없지만, 사랑이를 위한 무게를 안고서. 마음 깊이 새긴 약속처럼, 언젠가 다시 함께 걸을 수 있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