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공기가 아직 숲을 적시고 있을 무렵, 나는 반려견 ‘사랑이’와 함께 웅산 산길을 오른다. 발밑에 떨어진 이슬 묻은 낙엽, 들고양이 밥이 담긴 작은 가방, 아직 말이 없는 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한 줌.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아무 말 없이 하루를 시작한다. 웅산은 말없이 나를 받아주고, 나는 숨을 고르듯 숲의 리듬에 나를 맡긴다.
맑음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머리가 맑아진다. 복잡했던 생각은 숲의 안개처럼 스르르 사라지고, 가슴속 응어리도 이내 숨결처럼 풀린다. 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가 코끝을 간질이며 마음을 달래고, 푸른 초록의 색감은 내 내면의 잔물결까지 조용히 가라앉힌다. 그저 걷고 있을 뿐인데, 숲은 어느새 내 마음을 정리해 준다.
생기
숲 속에는 살아 있는 소리가 있다. 새들의 지저귐, 풀벌레의 울음소리, 조용히 흘러가는 계곡물의 흐름. 그리고 광석골 소류지에서 들려오는 개구리들의 개골개골 장단. 한 마리, 두 마리, 이내 합창이 되어 물안개 너머로 번져온다. 그 울림은 아침 공기와 더불어 생기를 더한다.
햇살이 비춘 연못의 절반은 금빛으로 반짝이고, 그늘진 절반은 꿈결처럼 잠잠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개구리들의 울음이 멎는다. 무슨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자연의 리듬 속에서 정해진 쉼표 같았다. 숲은 그렇게, 소리와 고요를 오가며 자기만의 언어로 아침을 만들어간다.
회복
웅산을 걷는 것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매일 회복된다. 스트레스로 단단해진 어깨가 느슨해지고, 복잡했던 생각들도 조용히 가라앉는다. 숲의 음이온은 머릿속을 맑게 하고, 천천히 걷는 발걸음은 혈액의 흐름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나는 그 길 위에서 다시 살아나는 중이다.
동행
들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위해, 사랑이와 함께 광석골 쉼터 쪽으로 향한다. 익숙한 기척에 풀숲 속 고양이들이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내고, 나는 사료를 조용히 바닥에 놓으며 그들과 눈을 마주친다. 짧지만 따뜻한 이 순간은 말 없는 인사로 하루의 문을 열어준다.
고양이들과 작별한 뒤, 소류지를 지나 생태학습관 쪽으로 발길을 옮기는 즈음, 물안개 속에서 개구리들의 울음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마치 숲의 침묵을 부드럽게 깨우는 작은 알림처럼, 그 울림은 아침 공기의 한쪽 모서리를 조용히 흔든다. 이는 새들의 노랫소리와 어우러져 하루의 교향곡을 천천히 완성해 간다.
숲은 오늘도 말을 걸지 않지만, 그 안에 깃든 생명들은 언제나 나를 향해 조용히 인사를 건넨다. 나는 걷고, 그들은 곁에 머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