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건네는 아침 인사

웅산의 편백숲에서

by 이천우



매일 아침, 나는 사랑이를 데리고 웅산 자락을 오른다. 초여름 햇살은 이른 시간에도 따스함을 머금지만, 편백나무 숲에 들어서면 공기는 맑고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나무들은 말없이 팔을 벌려 그늘을 만들어주고, 나는 그 푸르른 품속에 조용히 기대어 숨을 고른다.


편백나무는 은은한 향기를 품고 있다. 그 맑고 깊은 향은 조용히 다가와 마음의 주름을 펴준다. 피톤치드라 불리는 이 향기는 나무가 숨 쉬듯 뿜어내는 생명의 기운이다. 스스로를 지키는 나무의 본성이 사람에게는 포근한 위안으로 스며든다. 그 향을 깊이 들이마시면, 마음속을 어지럽히던 생각들이 조용히 가라앉는다. 숲은 침묵 속에서도 따뜻하게 말을 걸고, 나는 그 속에서 내면의 평안을 되찾는다.


사랑이는 흙길과 나무 데크 위를 씩씩하게 앞장서서 걷는다. 나는 그 리듬에 발을 맞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벤치에 앉으면 등줄기를 따라 서늘한 기운이 조용히 내려앉고, 바람은 나뭇잎 사이를 헤엄치듯 지나간다. 사랑이도 내 곁에 다가와 조용히 앉는다. 편백 향기를 함께 들이마시며, 우리는 말없이 자연의 품에 안긴다. 이 향기, 어쩌면 사람도 동물도 나무도 함께 숨 쉬는 생명의 언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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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은 더 이상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하루를 조용히 열어주는 비밀의 문이 되었고, 여름의 숨막힘을 피해 들 수 있는 그늘진 안식처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고 본래의 나를 만나는 장소다. 더위가 극성일수록 나는 더욱 이 숲을 찾게 된다.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며, 말없이 품을 내어준다.


누군가는 바다에서 여름을 견디고, 누군가는 차가운 에어컨 바람 속에서 안정을 찾겠지만, 나에게는 이 편백나무 숲이 가장 깊은 위로가 된다. 피톤치드의 향기는 잊고 있던 숨을 되찾게 하고, 조용한 숲길은 다시 살아갈 힘을 건넨다. 오늘도 나는 웅산을 오른다. 사랑이를 앞세우고, 편백나무 숲의 벤치를 향해. 그 고요한 숲의 품에서 나는 자연에게 마음으로 인사한다.


말없이 등을 토닥여주는 너에게, 고맙다고. 오늘도 숨을 고르고 살아갈 수 있게 해줘서.


웅산의 편백숲 아래서 반려견과 함께 쉬고 있는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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