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나의 정체성

by 이천우

나는 누구인가?


일상적인 하루를 간단한 식사로부터 시작한다. 그게 행복의 첫걸음이다.


나는 누구인가? 이 정체성의 정립은 젊은 시절에는 그저 철학적인 질문에 불과했지만, 나이가 들어 노후의 문턱에 서게 되면 삶 전체의 균형추로 다가온다.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따라 남은 인생의 방향이 달라지고, 그 하루하루의 무게가 달라진다. 정체성은 단순히 과거의 직업이나 경력을 정리하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내가 무엇에 몰두하고, 무엇에 감동하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지를 성찰하며 다시 써 내려가야 하는 삶의 서사이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위암 수술을 받고 병상에 누워 있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루틴한 생활의 가치를 절실히 깨달았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그저 아침에 눈 뜨고, 밥을 먹고, 몸을 움직이고, 출근하며, 생각을 이어가는, 일상이 얼마나 귀한지 절실히 느꼈다. 그 후로 건강을 회복한 나는 매일 아침 웅산에 오른다. 걷는 시간은 고요한 사색의 시간이고, 자연과 나 사이에 흐르는 침묵은 말보다 더 깊은 대화가 된다. 그렇게 90분 여를 걷고 나면, 몸과 마음이 다시 살아난다.


정년퇴직 후 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원(교리신학원)에서 학생으로 지낸 5년은 내게 또 하나의 루틴한 축이었다. 하지만 진해와 대구 사이의 물리적 거리와 체력의 한계는 결국 그 시간을 접게 만들었다. 대신, 지금은 창원에서 내가 진심으로 원하던 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실현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이면 ‘창원의 집’에서 민요와 판소리를 배운다. 정확히 말하면, 배우기보다는 목청껏 따라 부르며 내 안의 한과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시간이다. 노래를 통해 마음의 묵은 감정이 환기되며 해소되고, 내가 나 자신에게 더 솔직해진다.



남은 시간은 얼마 동안은 놀다가 글쓰기와 AI 공부에 쓴다. 처음엔 일기 정도였던 글쓰기가 이제는 에세이로 발전하고 있다. 2~3년 전부터는 AI의 도움을 받아 더욱 깊고 다양한 글을 시도하기도 했고, 요즘은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AI가 방대한 자료를 학습한 생성형 모델이라는 점은 내게 커다란 영감이 된다. 물론 그 흐름을 따라가기엔 벅찬 부분이 많고, 아직은 일부분만 활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나는 매일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그 흐름에 조심스레 발을 담근다.


특히 내 아내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AI 기술을 익히는 모습은 내게 큰 자극이 되었다. 서로가 배우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나도 자연스레 학습하게 되었고, AI로 AI를 배우는 자기주도적 학습이라는 새로운 방식에 익숙해졌다. 요즘은 초보자에게 AI를 알려주는 기회를 가지며, 또 다른 기쁨을 누리고 있다.

현재 나는 컴퓨터 과학의 체계, AI의 작동 원리,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 사회 변화에 끼칠 영향, 그리고 그 한계에 대해 탐구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AI 입문서를 쓰고 있다. 이는 분명 나에게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하나하나 체계를 세워가는 과정은 내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전문 코딩과 같은 분야는 이제 AI가 대신 해주기에 할 필요가 없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AI가 내 노후의 놀이터가 되어준다고 느끼며, AI를 활용하여 즐겁게 놀고 있다.


이 모든 루틴은 결국 나를 나답게 만들어가는 일상이다. 무언가를 '잘하는 것'보다 '계속하는 것'이 주는 의미를 이제는 잘 안다. 매일의 반복 속에서 삶의 본질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그 과정을 통해 노후 세대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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