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다고 디자인이 아니다.

보기 좋다고 끝이 아닌, 디자인의 조건 4가지

by 공일공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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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은 예쁜데, 왜 매출은 그대로일까?

분명히 보기 좋았다. 색감도 세련됐고, 폰트도 감각적이었다. 그런데 사용자 반응은 시큰둥했고, 설명해줘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심혈을 기울인 시각적 표현이 목적지에 닿지 못하는 순간들. ‘예쁜데 왜 설득이 안 될까?’라는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 우리는 감각만으로는 부족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더 이상 ‘보기 좋은 것’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좋은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고, 사용자를 유도하며, 브랜드의 태도를 설계한다. 시대가 바뀌면, ‘좋다’의 기준도 달라진다. 예전엔 디자인을 잘한다고 하면 ‘감각이 좋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클릭을 유도하는 구조, 잘 버려지고 잘 분리되는 패키지, 후가공을 줄여 제작비를 절감하는 설계. 디자인은 단지 감각이 아니라 전략이며, 좋은 디자인은 네 가지 조건 위에서 완성된다.

디자인은 예뻐야 한다. 하지만 예쁘기만 해선 안 된다.


디자인의 조건 1. 합목적성 : ‘왜’를 설명할 수 있는가

‘왜’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인은 문제 해결의 언어다. ‘왜 이 위치에 버튼을 뒀을까?’, ‘왜 이 문장을 큼직하게 넣었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그건 설계가 아니라 장식이다. 사용자가 주저 없이 누를 수 있는 버튼, 눈에 띄는 문구, 혼란 없이 정보를 전달하는 레이아웃. 이 모든 건 시각적 요소 이전에, 목적을 고려한 구조에서 나온다.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되는 디자인은 이제 설득력을 잃었다. 기획자, 디자이너, 클라이언트 모두가 만족했지만 정작 사용자는 헷갈리거나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건 감각이 아닌 합목적성이 결여된 결과다. 좋은 디자인은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목적에 기반한 구조 설계의 출발점이다.

3c660fcca78c1.png (출처 : https://ifdesign.com/en/winner-ranking/project/samsung-knox-design-system/698754)
e5bfb4fee3ba0.png (출처 : https://ifdesign.com/en/winner-ranking/project/red-face-and-red-nose/343684)
b5f20270b7bba.png (출처 : https://ifdesign.com/en/winner-ranking/project/nokia-real-time-extended-reality-multimedia/701


디자인은 감각으로 시작되지만, 기능으로 완성된다.



디자인의 조건 2. 심미성 : 기억에 남는 인상을 만드는 일


심미성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먼저 '예쁨'을 떠올린다. 하지만 디자인에서의 아름다움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다. 브랜드의 태도와 감정을 시각적으로 번역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고급 브랜드는 얇은 서체, 절제된 색상, 넉넉한 여백을 통해 여유롭고 신뢰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반면 젊고 대중적인 브랜드는 굵은 타이포, 강한 색 대비, 역동적인 레이아웃으로 즉각적인 시선을 끌어낸다.


이처럼 심미성은 단지 예쁜가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어떤 인상을 느끼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설계다. 사용자는 구조를 이해하기 전에 먼저 분위기를 느낀다. 그 느낌이 브랜드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하고, 그 첫인상이 기억과 태도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좋은 디자인은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이 아니라, 보자마자 ‘느껴지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3bc18a87e7e1a.png (출처 : https://ifdesign.com/en/winner-ranking/project/dodram-candon/680971)


심미성은 감각을 넘어, 인상을 설계하는 힘이다.



디자인의 조건 3. 경제성 : 지속 가능한 구조 설계


경제성이라고 하면 흔히 ‘저렴하게 만드는 기술’을 떠올리지만, 디자인에서 말하는 경제성은 그보다 더 정교하다. 디자인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기준이다.


예를 들어 인쇄물에서 용지 낭비 없는 재단선, 효율적인 도수 설정과 후가공, 공정에 맞춘 사이즈 설계 - 이런 요소만으로도 제작비는 줄고, 완성도는 높아진다.


또한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구축해두면 다양한 디자이너, 다양한 매체에서도 일관된 비주얼을 유지할 수 있다. 이건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운영비용을 줄이는 전략이다. 한 번 만든 패키지 구조가 다른 제품에도 반복 활용될 수 있다면, 그건 디자인이 운영의 언어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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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b2f51f639392.png (출처 : https://ifdesign.com/en/winner-ranking/project/greetinig-gift/645658)


“경제성”은 저렴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브랜드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구조 설계 능력이다.



디자인의 조건 4. 독창성 : '처음 본다'가 아닌..

‘처음 보는 디자인’이 아니라, ‘그 브랜드다움’의 시각화


독창성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한 번도 본 적 없는 디자인"을 떠올린다. 하지만 진짜 독창성은 ‘신기함’이 아니라 ‘자기다움’이다.


예를 들어, 블루보틀은 여백과 정제된 구성만으로도 조용한 인상을 남긴다. 애플은 제품, 웹, 광고 어느 곳에서든 동일한 시선 흐름을 유지한다. 사람들은 이 구조만으로도 ‘누가 말하고 있는지’를 느낀다. 그 디자인을 보는 순간 ‘이거 그 브랜드 거네’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구조의 힘이다. 독창성은 기발함이나 차별화보다 훨씬 본질적인 이야기다.


"이 브랜드라면 이렇게 말할 것 같아"라는 감각을 시각적으로 정제해내는 능력. 그게 바로 브랜드를 브랜드답게 만드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의 독창성이란, ‘처음’이 아니라 ‘정체성’을 설계하는 힘이다.

f8c6c7ac703c6.png (출처 : https://kr.bluebottlecoffee.com/?srsltid=AfmBOooBog0faG2uepUFH8Oku9quWKT3auIZ7rP8yx_L1kvB95lDt
cbed6e8d75a11.png (출처 : https://applemagazine.com/airpods-max-usb-c-model-lacks-wired/)


디자인의 독창성은 ‘자기다움’을 전략적으로 시각화하는 능력이다.



✅ 좋은 디자인은 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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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과 전략, 그 둘이 맞물릴 때 비로소 설득이 시작된다 디자인은 단 하나의 요소로 완성되지 않는다. 예쁘기만 하면 흐려지고, 실용성만 있으면 매력을 잃는다. 기억에 남는 디자인은 항상 ‘감각’과 ‘전략’이 서로를 지지한다.


우리는 종종 다음과 같은 장면을 본다.

화려하지만 클릭을 유도하지 못하는 배너

시선을 끌지만 브랜드와 맞지 않는 타이포그래피

일관된 구조 없이 다양한 매체에서 흔들리는 시각 언어

이런 디자인은 인상은 남길 수 있지만, 전달력과 설득력은 떨어진다.


반대로, 좋은 디자인은 말한다.

"이 브랜드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사용자를 어떻게 이끄는지",
"어떤 태도로 세상과 연결되는지."


그것은 하나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합목적성, 심미성, 경제성, 독창성 이 네 가지 조건이 균형 있게 작동할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결과다.


브랜드는 결국 ‘기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좋은 디자인은, 그 기억을 설계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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