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성을 설계한다는 것

재료, 구조, 공정까지 책임지는 ‘그린디자인’ 전략

by 공일공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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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지금, 그린디자인인가

요즘 소비자는 '디자인이 예쁘냐'보다 ‘어떻게 만들어졌느냐’를 먼저 묻는다. 탄소중립, 윤리적 소비, 제로웨이스트. 모두 ‘브랜드가 어떤 태도로 세상을 대하는가’에 주목하는 흐름이다. 기업은 더 이상 제품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당신의 브랜드는 지구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디자인 역시 예외는 아니다. 10년 전만 해도 '디자인 잘한다'는 말은 감각이 좋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낭비 없는 구조, 재활용이 쉬운 패키지, 불필요한 후가공을 덜어낸 인쇄물. 좋은 디자인의 정의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디자이너는 아름다움뿐 아니라, '어떻게 덜 해로울 것인가'를 설계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린디자인이란 무엇인가


그린디자인은 단지 친환경 재질을 선택하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문제는 ‘무엇으로 만들 것인가’보다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있기 때문이다. 같은 소재를 써도, 구조에 따라 재활용이 가능할 수도, 불가능할 수도 있다. 포장 크기 하나만 바꿔도 물류비용, 유통 효율, 사용자 행동이 달라진다. 이처럼 그린디자인은 재료를 넘어서 ‘시스템’을 설계하는 전략이다.


시각디자인 이론에 따르면, 그린디자인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포함한다:


1. 재료의 최소화
가장 단순한 단일 재질로, 꼭 필요한 양만 사용한다.
부피와 무게도 최소화하여 운반과 폐기 부담을 줄인다.

13d277e7dd780.png (출처 : https://ifdesign.com/en/winner-ranking/project/the-good-cup/556530)

2. 복합 소재의 회피
재질이 혼합된 제품은 분리·배출이 어렵다.
따라서 재활용이 쉬운 단일 구조나, 분해가 가능한 설계를 지향한다.

6b001a152e2d4.png (출처 : https://ifdesign.com/en/winner-ranking/project/the-magical-sustainable/626687)

3. 생산 공정의 단순화

도수 높은 인쇄, 복잡한 후가공, 불필요한 장식 요소는 제거한다.
디자인은 간결할수록 공정도 줄고, 에너지 소비도 적다.

112023f60a1ea.png (출처 : https://ifdesign.com/en/winner-ranking/project/bruun-kola/576704)

4. 재사용과 재활용 고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구조가 아니라,
다시 쓰일 수 있는 형태, 또는 분해 후 순환될 수 있는 형태를 설계한다.

fec07df76852c.png (https://ifdesign.com/en/winner-ranking/project/samsung-card-eco-card-package/713879)


5. 물류와 유통까지 감안한 설계
작고 가볍게 만들면 운송 과정에서의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다.
그린디자인은 ‘예쁜 디자인’이 아니라, 전 과정에 책임지는 디자인이다.


이 기준을 보면 알 수 있듯, 그린디자인은 결과가 아니라 시작부터 관여하는 전략적 접근이다.

즉, ‘덜 해로운 디자인’이 아니라 ‘덜 해롭도록 만드는 설계’ 그 자체다.




디자이너가 실무에서 할 수 있는 3가지 실천

그린디자인은 공장이나 생산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디자이너는 초반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환경 영향을 줄일 수 있다.


· 재질 고려: 패키지를 기획할 때 지류, 금속, 플라스틱이 혼합된 구조는 피해야 한다. 재활용이 어렵고, 분리배출도 복잡해진다.
· 인쇄 공정 최소화: 후가공을 줄이고, 컬러 도수도 제한하면 제작비용을 줄일 뿐 아니라, 에너지와 잉크 소비도 줄인다.
· 용도 기반 설계: 박스 구조를 재사용 가능하게 설계하거나, 쉽게 분해되는 구조로 설계하는 것 역시 좋은 전략이다.

5e58992c7d923.jpeg (출처 : https://ifdesign.com/en/winner-ranking/project/black-99-we-are-all-players/573325)

작은 선택의 반복이 모여 브랜드의 태도를 만든다. 디자이너는 ‘어떻게 보일까’만이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질까’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그린디자인이 브랜드에 주는 3가지 이점

그린디자인은 단지 환경을 위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윤리적 이미지 → 브랜드 신뢰

소비자는 브랜드의 ‘태도’를 기억한다. 작게는 패키지부터, 크게는 기업 운영까지 일관된 친환경 전략은 브랜드의 신뢰로 이어진다.

생산 최적화 → 비용 절감

포장을 간결하게 설계하거나, 인쇄 방식을 최소화하면 생산 공정도 단순해지고 비용도 줄어든다.

구조 간소화 → UX 향상

사용자 입장에서 포장을 쉽게 열 수 있고, 바로 분리 배출할 수 있는 구조는 경험 자체를 향상시킨다.




Wasteful Design vs Green Design

구체적인 사례로 보면 더 명확하다. (보여주기 위한 과잉 구조 vs.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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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teful Design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다층 포장 + 내용물보다 포장이 더 큰 오버패키지 (박스 안에 또 개별 비닐)

Green Design

재질 분리 쉬운 단일 소재 (재사용 가능한 종이 포장) + 제품에 꼭 맞는 구조


버려질 운명을 고민하기 전에, 처음부터 남을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 ‘지속 가능성’ 처음부터 묻혀 있어야 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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