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이 있을 때, 디자인은 전략이 된다.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감각적인 작업이지만, 동시에 전략적 판단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질문이 종종 등장한다.
"예쁘면 좋은 디자인 아닌가요?"
하지만 디자인은 결과보다 목적이 중요하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사용자에게 불편하거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흐려진다면 그것은 '좋은 디자인'이라 말하기 어렵다. 우리는 때때로 감각적인 외형에 현혹되지만, 좋은 디자인은 문제 해결을 향한 설계된 의도다.
즉, 감각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이 무엇을 실현해 냈는가가 중요하다. 그래서 '좋은 디자인'은 주관적 취향이 아니라 객관적 기준으로 정의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등장하는 제도가 바로 굿디자인(GD) 마크다.
‘굿디자인(GD)’ 마크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국가 인증 제도로, 제품, 시각, 환경, 서비스 등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 공신력을 부여한다. 단순히 예쁜 디자인이 아닌, 사용성과 경제성, 창의성과 윤리성까지 고려한 종합적 평가가 이뤄진다.
이 마크를 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항목에 대한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1. 심미성 : 조형미, 색채, 타이포그래피 등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조형미, 완성도가 있는가?
2. 기능성 : 사용자 입장에서 쉽게 이해하고 직관적,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
3. 경제성 : 제작 비용이나 유지, 유통 과정 측면에서 현실적 효율이 고려되었는가?
4. 창의성 :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이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는가?
5. 윤리성 :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여 설계되었는가?
6. 시장성 : 실질적으로 소비자와 시장에서 경쟁력이 가지는가?
이처럼 GD 마크는 단순한 ‘예쁨’을 넘어서는 종합적 디자인 기준이다. 디자인은 취향이 아니라, 판단 가능한 전략 행위임을 보여주는 공적 기준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디자인 실무에서는 어떻게 정의될까?
디자이너의 작업은 클라이언트의 목표를 시각적으로 실현하고,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며, 브랜드의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일이다. 이 실무 현장에서의 좋은 디자인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춘다:
· 설명이 필요 없는 구조: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 목표를 정확히 수행하는 설계: 디자인 결과물이 클라이언트의 KPI에 기여한다.
· 제작과 운영을 고려한 디테일: 인쇄, 코딩, 유지관리까지 설계에 반영된다.
· 시간이 지나도 방향이 흐려지지 않는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하되, 브랜드의 뿌리를 잃지 않는다.
실무에서의 ‘굿디자인’은 미학을 넘어, 성과와 지속성을 남기는 설계로 정의된다.
그리고 이 기준은 디자이너 혼자 정할 수 없다. 기획자, 마케터, 개발자, 생산자 등과 함께 공유되어야 진짜 '작동하는 디자인'이 된다. 이 또한 좋은 디자인의 확장된 의미다.
예쁜 디자인은 많지만, 기억에 남는 디자인은 드물다. 그 차이는 바로 전략과 구조의 유무에서 갈린다.
· 보이는 것만 꾸미면 예쁜 디자인
· 보이게 되는 흐름을 설계하면 좋은 디자인
사용자의 시선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지, 어떤 메시지를 언제 어떻게 드러낼 것인지. 좋은 디자인은 그 모든 흐름을 ‘의도’한다. 감각에 머무르지 않고, 맥락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 구조가 담겨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구조가 오래갈 수 있을 때, 브랜드의 얼굴이 되고, 시스템이 되며, 기억이 된다.
디자인은 감각에서 출발하지만, 논리로 완성된다. 좋은 디자이너는 손보다 머리로 먼저 작업하며, 결과보다 맥락을 본다.
그래서 우리는 늘 되묻는다: 이건 왜 좋은가? 정말 좋은가?
그 물음에 명확히 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단순한 ‘디자인 제작자’를 넘어, 전략적 설계자로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배운다. 디자인은 아름다움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기억', '행동', '성과'를 설계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