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발스 온천. 감각을 깨우는 공간
거장 건축가 페터 춤토르의 손길을 찾아, 스위스 건축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생 기억에 남을 곳인, 스위스 발스(Vals) 온천을 소개하려 한다.
스위스 알프스 깊숙한 곳에 자리한 작은 마을 발스(Vals)는 역사적인 온천 도시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한 온천 도시가 아니다. 세계적인 건축 작품이 존재하며, 자연과 건축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공간이다. 특히, '테르메 발스(Therme Vals)'는 건축 애호가와 여행자들에게 성지와도 같은 곳으로, 건축가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의 건축 철학이 집약된 공간이다. 이 작품은 그에게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발스(Vals) 온천의 공식 명칭은 '7132 테르메(7132 Therme)'로, 7132 호텔 핵심 시설이다.
호텔 이름 '7132'는 발스 지역의 우편번호에서 따온 것으로, 지역성과 정체성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호텔에는 춤토르의 철학뿐만 아니라, 안도 타다오, 켄고 쿠마 등 세계적 건축가들의 개성이 담긴 'House of Architects'도 포함되어 있다.
참고: 건축가 Peter Zumthor의 표기는 영어식 발음인 '피터 줌터'로도 많이 불리지만, 독일어권 스위스 출신임을 고려해 '페터 춤토르'로 표기합니다. 또한 '7132 테르메'가 공식 명칭이지만, 건축계에서 널리 알려진 '테르메 발스(Therme Vals)'로 표기하겠습니다.
테르메 발스의 외부 전경. 내부에 전자기기 반입 및 촬영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어 외부 전경만 담을 수 있었다.
1960년대부터 운영되던 발스 온천은 시설 노후화로 인해 새롭게 재건축이 필요했고, 1986년, 스위스 건축가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가 설계자로 선정되었다.
그는 온천의 열과 습도를 견딜 수 있는 내구성 높은 건축 재료 선택, 구조적 안정성 확보, 또한, 물의 흐름과 온도를 유지하면서도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온천 경험을 제공이라는 다양한 도전에 직면했다. 10년간의 연구 끝에 1996년, 자연과 건축의 조화를 이룬 '테르메 발스'가 완공되었다.
춤토르의 설계 원칙은 다음과 같은 가치를 담고 있다.
1. 자연과의 조화
발스 지역에서 직접 채취한 6만여 개의 발스 규암(Valser Quartzite)을 사용하여 건물을 완성함으로써,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했다. 층층이 쌓은 규암은 건물을 산의 일부처럼 느껴지게 한다.
2. 감각적 경험의 극대화
온천을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닌, 빛, 소리, 질감이 어우러진 감각적 경험의 장으로 구성했다. 시간대에 따라 변화하는 빛, 물소리의 반향,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줄기는 방문객에게 몰입감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규암의 질감은 동굴 같으면서도 모던한 박물관 같은 이중적 느낌을 주었다.
3. 빛과 그림자의 놀이
자연광이 다양한 방식으로 내부에 스며들도록 설계해, 하루 중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감을 경험하게 했다. 오전, 정오, 저녁, 그리고 다음 날 아침까지 각기 다른 시간대에 방문하며 빛의 변화에 따른 공간의 변화를 관찰했다.
4. 직접적 경험의 중요성
특별한 안내판 없이, 빛을 따라, 직관을 따라 방문객이 공간을 탐험하고 의미를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테르메 발스는 다양한 온도와 크기의 욕탕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어디가 어떤 공간인지 바로 알기 어렵다. 방문객은 실제로 들어가보며 전체 공간을 탐험하게 된다.
일례로, 수영해서 들어가야 하는 작은 정방형 공간에서는 천장 위에서 떨어지는 자연빛과 함께 동굴 속 같은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페터 춤토르의 작업은 재료의 본질과 빛의 무형성 사이의 대화이다. 그의 건축은 콘크리트, 나무, 돌과 같은 각 재료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언어를 구사하며, 빛은 이러한 이야기를 하나의 통일된 서사로 엮어주는 서사적 실로 작용한다.
건축의 질감, 온도, 빛의 흐름을 직접 체험하며 공간과 감각이 상호작용하는 이곳은, 산속 동굴 같으면서도 인간적인 스케일로 설계되어 따뜻하고 안전한 느낌을 준다. 따뜻한 돌바닥을 맨발로 밟는 감촉,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감성적이고 인상적인 체험이 됐다.
테르메 발스 는 기본적으로 전자기기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 덕분에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온전히 공간에 집중할 수 있었고, 타인의 촬영을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또한 방문객 수를 제한하고, 호텔 투숙객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기본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물소리와 공간의 반향을 더욱 극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조용함 속에서 공간과 감각이 극대화되며, 건축이 제공하는 심리적 안정감이 더욱 깊어진다.
춤토르는 단순한 온천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을 지향했다. 물의 흐름, 돌의 질감, 빛의 변화는 방문객에게 깊은 심리적 안정감을 선사했다. 온천이 주는 따뜻함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이완시킨다.
또한, 방문객 수를 제한하여 희소성을 유지하는 방식은 온천을 단순한 상업 시설이 아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게 했다. 한국의 북적이는 목욕탕이나 찜질방과는 달리, 여유롭고 조용한 환경에서 물을 즐기며 쉴 수 있다.
최적의 방문 시기
눈 덮인 알프스 풍경 속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기에 가을과 겨울이 매력적이라고 한다. 추운 공기 속에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경험도 특별했다. 하지만 봄, 여름에도 푸른 자연을 배경으로 한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밖에 나와도 춥지 않게 온천을 편안히 경험하는 것도 기분 좋을 것 같다.
예약 방법
사전 예약 필수. 특히 주말과 성수기에는 조기 예약이 필수적이다.
비용 정보
테르메 발스 온천 이용 요금은 시간대별로 다르며, 숙박과 패키지를 이용하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발스에서는 건축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인간의 감각을 깨우고, 오감을 통해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테르메 발스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건축과 공간이 주는 치유와 감동을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자연주의 건축, 지역 재료 활용, 빛과 그림자를 통한 감각적 경험을 강조하는 이곳은 건축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일생에 한 번쯤 방문해 볼 가치가 있다. 건축에 관심이 없더라도, 전 세계 어디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온천을 경험해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출처: https://sereneuk.tistory.com/entry/테르메발스 [물깊은 님의 블로그: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