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으로 출장 오는 HQ 사람들에게 좋은 곳에 가서 식사 대접하지 마라.
매번 이렇게 먹고 다니는 줄 알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서
"A는 엄청 편하게 잘 지내더라"라고 말하고 다닌다.'
'베트남 출장 가서 주재원들 하는 말에 휘둘리지 마라.
그 사람들 맨날 힘들다고 하는데 그 말 다 들어주고 있다가는 컨트롤 안 된다.'
間隙(간극) : 두 가지 현상 사이의 틈
우리는 일을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노력하는 척이라도 한다). 그래야 소속된 조직에서 원만하다는 평을 들으며 별 탈 없이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노력이 적어지고 간극이 벌어지면 어느 순간 탈이 난다.
주재원과 HQ는 서로의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이지만, 그만큼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다. 일단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서로가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알 수가 없으므로 HQ는 제대로 일이 돌아가고 있는지 불안하고, 주재원은 덩그러니 해외에 떨어져 있는 이 상황이 불안하기만 하다.
HQ는 불안하기 때문에 자꾸 확인하고 싶어 진다. 그 확인을 위해 "보고"를 요구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주재원은 문서 작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주재원은 한국에서 보다 훨씬 방대하고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HQ가 문서를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이 벅차다. 사업할 시간도 부족한 마당에 HQ 보고를 위한 문서 작업을 하는 이 시간이 아깝다고 느낀다.
점점 더 간극은 벌어진다.
秘策(비책) : 아무도 모르게 숨긴 계책
그런 게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나름의 비책이라고 한다면 '서로 간의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주재원과 HQ가 이 뻔한 답을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할지는 알지만 "의지와 실행력"을 뒷받침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모(母) 회사에서 계열사 관리(?) 업무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실무를 담당했던 계열사는 분당에 위치했는데 광화문에서 가려면 꽤 시간이 걸린다. 처음에는 인사드린다는 핑계로 찾아갔다. 두 번째는 사업(계열사의 BM)에 대해 알고 싶다고 찾아갔다. 세 번째는 인사/조직에 대해 알고 싶다고 찾아갔다. 네 번째는... 몇 번이나 찾아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자주 갔다.
당연히 불편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자판기에서 커피도 뽑아 먹고, 전시 상품도 구경하고, 옥상에 올라가서 담배 피우는데 앉아서 담소도 나눴다(담배 피우는데 따라갔다). 점심 먹고, 회의도 하다 보니 저녁이 되어 술도 한잔 했다. 회사에서 만나고, 서울역 컨설팅 사무실에서 만나고, 분당역에서도 만나고 여기저기서 여러 임직원분들을 만났다. 이러다 말겠지 했겠지만 계속 갔다.
계속 가다 보니 이야깃거리가 생겼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니 생각보다 잘 알려줬다. 알려준 내용을 가지고 고민을 한 후에 의견을 여쭈었더니 더 친절히 알려줬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사 컨설팅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를 함께 시작하였고, 그 해에 인사/조직 개편과 필요 재원마련을 위한 이사회 의결까지 모두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베트남은 한국에서 멀지만 비행기를 타고 4시간이면 올 수 있다. 생각보다 멀지 않다. 출장 와서 일은 안 하고 놀다 갈 거라는 선입견과 얘기해봤자 도움도 안 된다는 선입견이 물리적 간극보다 더 큰 간극을 만든다.
HQ의 실무자는 베트남에 와서 실제 일을 하는 것을 보고, 듣고, 겪어야 한다. 그리고 페이퍼 워크가 아닌 사업에 실질적인 지원이 될 요소를 찾고 직접 실행해야 한다. 주재원은 쓸데없는 페이퍼 워크라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현장을 공유할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해야 한다.
간극이 좁혀질수록 각자의 일은 우리의 일이 될 것이고, 우리의 결과가 각자의 결과보다 더 좋을 것은 당연한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