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와 빨간 열매

내 생각, 네 생각.

by 마음한조각


여름이 다가왔습니다. 낮에는 무척 더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어요. 아이들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것들을 만날 수 있는 계절이 되었어요.


아이들이 겨우내 기다렸던 것은 눈이 아니었습니다. 따뜻한 봄을 지나 여름이 다가오면 만날 수 있는 달팽이였어요.


달팽이는 지금 뭐 하고 있을까?
추울 텐데 다 얼어 죽은 것은 아니겠지?


아이들은 달팽이가 추운 겨울에 다 죽고 없어져서 다시 못 만날까 봐 걱정을 했지요.


비가 내리고 날씨가 조금씩 따뜻해지자 기다리고 기다렸던 달팽이를 드디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기다렸던 달팽이에게 비단길이 아닌 나뭇잎 길을 깔아주었습니다. 놀이터 주변에 있는 빨간 열매도 따다 주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열매야, 너도 먹어 달팽아.


달팽이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똥을 찍 싸고는 재빨리 뒤돌아 달아났습니다.


엄마, 달팽이는 빨간 열매가 싫은가 봐요.
고 녀석 맛있겠다에서는 공룡도 맛있게 먹는데,
이 열매가 그 열매가 아닌가?


아이의 생일날마다 한 권씩 사줬던 그림책에 나왔던 이야기를 하면서 실제로 달팽이에게 빨간 열매를 먹게 해주고 싶었던 아이는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달팽이에게 꽃길만 걷게 해 주고픈 아이는 나뭇잎으로 길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점점 빨간 열매를 떠나 멀리 가는 달팽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주고 싶어서 자꾸 달팽이 옆으로 빨간 열매를 옮기는 아이.


달팽이가 빨간 열매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알 길은 없지만, 옆에 있지 않고 어디론가 가려는 모습에 좋아하지는 않는구나 짐작해보았습니다.



이 모습, 어디에서 많이 봤던 것 아닌가요?


바로 제 모습이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필요할 것 같아서, 연산이 약한 것 같아서, 영어를 잘하려면 이 책을 봐야 한다 해서, 자꾸 아이 옆에 책을 가져다 놓는 제 모습 같았어요.


엄마도 아이에게 억지로 빨간 열매를 주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어떨까요?


아이가 바뀌길 바라기보다는 엄마가 변해야 하고,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무엇을 시키기보다는

하지 않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가져다줬던 빨간 열매는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