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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la Jul 03. 2024

번외. 망가진 나-를 고쳐보아요

 일을 그만뒀습니다. 두 주나 휴재를 했고요.


 학교를 갈 작정이었다가 일을 구할 작정이었고, 그러다가 어떤 것도 와닿지 않는 날에 부닥쳤고. 눈 떠보니 목적지를 잃었지 뭐예요.


 저는 무얼 바랄까요. 본인도 당최 알 수가 없습니다. 삶이 뭐길래, 뭐 대단한 성취를 이루겠다고 구태여 고생을 자처하는지요. 품어 온 원이 스스로에게 기인하는지, 아니면 타자를 향한 의식으로만 빚어져 있는지를 도통 모르겠습니다.


 일을 그만뒀지요. 다시 한번 곱씹자면 백수가 됐지요. 더 이상 주인의식 없이 일하고 싶지 않았나 봐요.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동안 스스로에게 ‘준비 중’이란 프레임을 씌워왔던 것 같은데요. 이건 핑계였을까요. 어쩌면 더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으로 둘러 포장한 마음의 실상은, 눈에 보이는 선택지 중 어느 하나도 놓고 싶지 않아 부린 아집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철부지가 따로 없군요!


 방에 누워 나라는 사람에 대해 묵상합니다. 아주 형편이 없이 널브러진 젖은 휴지 같다가도, 세상을 강타할 한 방을 숨긴 영웅 같기도 하네요. 자기 객관화가 글러먹어 가는 중입니다.


 그래서 내일부터는 움직이기로 했어요. 고독함을 견디고, 쓸쓸함을 이기고,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하니가 되어... 코 앞에 놓인 일부터 치워나가야겠습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 복숭아뼈까지 번지지 않게요. 어떠한 원대한 목표도 허용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쉬이 설레다가도 문득 찾아온 좌절에 취하기를 손바닥 뒤집 듯하는 변덕에 저항없이 물드는 스스로에게 지겨움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냥, 그냥 하는 거죠. 의미를 찾자면 공허만 남지 않던가요. 탁월성을 향한 주체 없는 동경은, (그러니까 앞서 말한 원대한 목표-따위는) 설렘과 좌절이라는 두 감정의 어느 사이에서 사람을 세차게 흔들다가 결국 어디보다 대단치 못한 곳으로 데려다 놓을 뿐이지 않은지요. 어쩌면 탁월-이란, 사실 허상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르죠.


 아. 열두 시를 넘겼습니다. 저의 요즘을 대언하는 발행시간이에요. 혹여 있을 지 모를, 이 글을 기다리신 분들에게, 저의 게으름에 대한 사죄와 함께 그래도 조금 지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부쳐 봅니다.


  당신의 해량이 저를 먹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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