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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la Jun 11. 2024

4. 꿈꾸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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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도 사랑도, 무엇 하나 쟁취한 것 없는 20대 중반이 되어 덩그러니 놓여있자니 뭐라도 이뤄내지 않으면 사회에서 내쳐질 것 같더라. 능력치는 아웃풋으로 증명하는 것. 이 삶엔 그 어떤 소출도 없었다.


 입시를 그만두기 전 타과 편입을 결심했다. 고민 끝에 신학대에 지원하였으나 보기 좋게 떨어졌다. 결심이 무색한 결과였지만 아쉬움에 잠길 겨를은 없었다. 이젠 돈을 벌지 않고 있을 핑계가 없는 신분에 처했기 때문에.


 바로 일을 구했다. 미우나 고우나 구할 수 있는 일 중에 여타 역량을 개발할 시간을 확보하면서도 적당한 벌이를 보장하는 일은 피아노뿐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음악학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이쯤 되니 다 귀찮았다. 자그마치 6년을 입시생으로 살았다. 그중 5년은 성인이었다. 주변 친구들도 취준생으로 힘든 시기였다는 걸 알지만 그보다 더 답이 없어 보이는 처지었다. 그들이 이미 마친 과정이 나의 목표였으니. 계획이 모두 어그러졌음에도 탁월하지 못함에 불안해하는 입지에 있는 것이 진절머리가 나서, 진보를 유예하기로 했다.


 일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치과에 갔다. 미뤄온 부정교합 수술 준비를 시작하기로 했다. 노래를 배울 것과 브런치 투고를 결심했다. 기꺼이 시간을 들여 책을 읽었다. 꿈꿔오던 일들을 벌려보기로 한 것이다.


 해야 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할 것. 그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 다른 의미의 도전을 저질러 보기로 마음을 먹었고, 당도한 매일 앞에 이를 상기하려 애를 쓰며 스물다섯을 살아내는 2024년.


 누군가의 눈에는 이 삶이 정체에 지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분명히 알고 있는 한 가지는, 내겐 사유의 힘이 있고 이는 긍지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모든 과정엔 나의 하나님이 함께하실 것.


 나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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