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마침표
5.
“호.”
윤수한이 나를 끌어안았다. 귓가에 그의 심장박동이 느껴졌다. 쿵, 쿵, 쿵. 규칙적인 박동에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사실 소라는 말이야. 너 때문에 죽은 거야. 네가 그 아이를 비참하게 버려서.”
“나 때문에….”
“내가 대신 널 용서할게. 구원을 받아.”
윤수한의 발이 보였다. 소라의 몸을 수없이 짓이겼을 발이. 그가 의자 위로 올라섰다. 나뭇가지에 달아 놓은 줄이 그의 손아귀에 잡혔다. 망치를 꼭 쥔 그가 올가미 안으로 목을 들이밀었다. 의자가 바닥을 굴렀다. 윤수한의 다리가 공중에 버둥거렸다. 고통에 찬 얼굴이 나에게로 향했다. 소라가 기둥 뒤로 모습을 드러냈다. 매달린 윤수한을 보던 그 아이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도와줘. 도와줘, 호. 소라가 울었다.
질끈 눈을 감았다. 앞은 캄캄한데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눈을 떴다. 혀를 빼문 윤수한이 꺽꺽거리고 있었다. 여전히 소라가 울고 있었다. 달려갔다. 어깨 위로 다리를 받쳤다. 찢어진 상처 위로 윤수한의 발이 올랐다. 악을 썼다. 동시에 숨소리가 터졌다. 윤수한의 발가락이 꿈틀, 하고 움직였다. 힘준 발가락이 상처를 파고들었다.
원피스 자락이 펄럭였다. 바람에 머리가 흩날렸다. 팔도, 다리도 가벼워 보였다. 그 아이는 돌아보지 않았다. 먼지가 되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다행이었다.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소라는 완전한 안식을 찾았다.
그러니 우리의 사랑은 증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