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의 일기
3.
가끔은 네가 현실이 아닌, 허상으로 느껴져. 너는 그와 잤을까. 그는 너와 잤을까. 처음으로 네 가슴이 궁금해진 순간이었어. 그가 벗으라면 벗고, 기지개를 켜라면 켜고, 가만히 누우라면 눕고, 아무에게 말하지 말라면 입을 다물고. 몸을 흔들고, 욕망 가득한 눈에, 벌어진 입에, 일렁이는 목젖에, 출렁이는 가슴에, 작은 배꼽에, 울창한 숲에, 가는 허벅지에, 종아리에, 발등에, 발가락에.
내가 물었었지? 너의 처녀막은 언제 찢어졌느냐고. 피가 흐르지 않는 네 사타구니를 보면 참을 수 없었어. 네 안을 더럽힌 냄새나고 끈적이는 액을 모조리 끄집어내고 싶었지. 그때 넌 왜 침묵했을까. 네가 침묵하는 바람에 나는 너의 뺨에 흔적을 새기고, 또 새길 수밖에 없었잖아. 네 흰자위를 물들인 물감이 내 손등을 적셨을 때 조금 억울했어.
네가 규칙을 어기고 집을 떠났을 때.
눈이 문드러지고, 코가 썩어 갔어. 하루, 하루 좀에 먹히는 몸을 느끼며 차라리 흙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너야말로 좀이야. 포만을 찾아 나의 살갗에 달라붙은 좀. 한낱 버러지 같은 너의 과거 때문에 죽어 가고 있었어. 빌었어. 나의 사랑을 알아볼 수 있기를 기도하며. 갉아 먹혀도 좋으니 돌아오라고 말이야. 기다렸어.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너만 기다렸어.
그날, 넌 나를 왜 따라왔을까.
도망가는 시늉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날 따라왔지. 힘없이 걷던 네가 가여웠고, 먹어 치우는 게 아니라 먹이고 싶었을 뿐이야. 그래서 고등어를 구웠지. 배를 가르고, 내장을 뜯어내고, 뜨거운 기름을 부어 튀겼어. 단출했어. 쌀밥에 고등어 한 마리가 전부. 김치도 없었고, 물잔도 없었어. 잊히지 않아. 고등어를 응시하던 너의 서늘한 눈빛.
그때 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를 죽이고 싶었을까, 아니면 네가 죽고 싶었을까. 지긋지긋하다. 널 이해시키는 일이. 조금은 지치기도 해. 잊어버렸나 봐.
네가 얼마나 처절하고, 비참하고, 불쌍한 아이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