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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쓰는 복학생 Jan 24. 2023

다시, 도쿄로

3년 만에 가는 해외여행 준비하기

전역 후 여행 갈 곳 하나를 확정했다. 바로 도쿄. 3년 전에 이미 한 번 가보기도 했고, 가장 최근에 간 해외여행이 도쿄였기만 바로 그 이유로 다시 한번 가고 싶었다. 친구들과 일종의 졸업 여행 느낌으로 다 같이 간 도쿄 여행 이후 3년 동안 코로나와 군대라는 이런저런 이유로 해외에 가본 적이 없다. 기나긴 터널 같은 3년이었다. 터널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기억처럼, 삶의 새로운 챕터의 시작을 도쿄 여행으로 장식하고 싶다.


일주일 전부터 어떤 여행을 하면 좋을까 계속 고민했다. 두 번째 도쿄 여행이지만, 시간이라는 변수가 달라졌기에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아니면 그때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소에(긴자, 하라주쿠, 시부야 등) 가서 내가 보지 못한 도쿄의 또 다른 면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어떤 방식으로 여행하는 게 좋을까, 일정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할까, 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 가고 싶은 장소, 하고 싶은 건 뭐가 있을까,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 지금 막 떠오르는 건 긴자에 있는 이토야 문구점에 가서 샤프랑 문구류를 사는 것과 도쿄타워 전망대에 올라 도쿄 시내 경치를 보는 것 정도?


도쿄 같은 다양한 삶의 풍경을 담은 도시에서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게 있다. <알쓸신잡>을 본 적은 없는데,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에서 나오기를, 출연진들끼리 여행지에서 각자 흩어져 자신만의 여행을 하고, 저녁식사 때 다 같이 모여 각자의 여정을 공유한다. 그가 말하기를,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낯선 나라의 여행지와 문화에 대해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 역시 여행의 한 종류다. 다 같이 모든 곳을 다니는 게 추억을 쌓는다는 측면에서는 더 좋겠지만, 하루 정도는 알쓸신잡처럼 같은 여행에서 각자의 스토리를 만들어 공유하는 신선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단체 여행에선 서로 다른 목소리가 있더라도 결론은 하나로 모여야만 하고, 그 과정에서 각자 가슴속에 품고 있던 작은 로망 하나쯤은 양보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알쓸신잡식 여행은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나’와 ‘우리’ 중 단 하나도 놓치지 않는 최선의 대안으로서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타인과의 연대를 간절히 원하는 동시에, 숨돌릴만한 고독의 공간 역시 애타게 찾는 인간의 아이러니한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 각자 선택한 여행을 스스로 준비하고, 자신만의 경험 속에서 독자적인 스토리를 쓴다. 그리고 그걸 "우리의" 여행의 한 챕터로서 공유함으로써 비로소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는 한 권의 여행기를 완성한다.


여행에 대한 나만의 가치관을 확립하기 전에, 우선 기회가 날 때 최대한 여러 곳을 다녀보고 싶다. 그래서 도쿄 이외에 해외로 최소 한 번, 국내로도 꾸준히 다니면서 학교로 돌아가기 전에 최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집을 벗어나 특별한 경험을 찾아 떠날 거다. 친구의 말처럼, 돈 그 이상으로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에만 할 수 있는 경험과 거기서 얻는 느낌과 교훈이다. 내가 돈에 쪼들리는 사람도 아닌데, 절약하며 합리적으로 사는 사람인 척을 하고 싶은 건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얼마 되지도 않을 액수의 돈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느라, 더 가치 있는 걸 놓칠 뻔했다. 이틀 전 했던 친구와의 한 시간 남짓한 통화에서 앞으로의 방향성을 결정짓게 해준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장소는 정했으니, 이제는 내가 그곳에 가서 어떤 여행을 할지 상상하며 하나씩 구체화할 단계다. 누군가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지만, 3년 만에 가는 해외여행인 만큼 정말 알차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주도적으로 여행을 준비하고자 한다. 이전에 갔을 때 3박 4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적지 않게 아쉬움을 느꼈던 만큼, 이번에는 해봐야 했던 걸 하지 않았다는 후회 따위는 남기지 않는다. 어제 동기가 갖고 있는 도쿄 여행 책을 빌렸다.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보며 여행에 대한 그림을 그려나갈 걸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설렘의 감정 속에 어쩌면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건 여행 그 자체가 아닌 떠나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배우는 새로운 사실들, 공항 출국장의 창 너머로 보이는 각자 다른 국적, 항공사의 수많은 비행기를 보며, 곧 여행이 시작될 때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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