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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쓰는 복학생 Apr 15. 2023

미래 진로 이야기

에너지 관련 커리어 구상하기

군대 들어간 이후로 한동안 에너지 관련 공부에 소홀했다가 전역 막바지에 들어서야 비로소 현실을 깨닫고 도망치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있다. 휴가 동안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하기도 했는데, 사실 복학 신청서를 제출한 후에 가까운 미래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대책 없이 살고 있고, 당장은 학교생활이 준비과정으로 작용할 졸업 이후의 더 먼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사실 구상이라고 해봤자 전문지식이 전무하다 싶은 나로선 그다지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진 않겠지만, 그래도 6개월 전에 사서 한 번 읽었던 <넷제로 에너지 전쟁>을 다시 읽고 업계 동향을 파악하며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아가고 있다.


흠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아 지역 얘기. 이 책을 읽고 에너지 학도인 나에게 버클리를 간 건 큰 행운이라는 걸 내심 깨닫는다. 클린 테크 기업이나 에너지 기술 관련 유니콘 기업 상당수가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크게는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그래서 투자 비중이 가장 높다. 인턴십이나 취직에 있어 다양한 양질의 기회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음은 물론, 학교 커리큘럼 자체가 그런 쪽으로 내 방향에 맞게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다. 책을 읽으면서 스타트업이나 이미 시장에 어느 정도 확고한 입지를 다진 대기업들에 관한 정보를 여럿 접할 수 있었다. 그 많은 곳들 중 단 하나라도 인턴십을 해보거나 취업을 할 수 있다는 정말 좋을 텐데. 이상은 높지만 그렇지 못한 실력 수준에 그런 기회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책을 읽고 내용을 정리하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 봤는데, 결국 잠재적인 (학교 내부로 치면) EECS 전공자와 에너지 관련 직종(동일 전공) 종사자다. 예전에는 클린 테크나 재생에너지 같은 분야는 인력 공급이 그리 많지 않은 일종의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해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충분하겠다는 착각에 빠져있었는데, 사실 에너지 전환이라는 게 발전(태양광이나 풍력, 연료전지 등)이나 에너지 효율 정도를 빼면 순수하게 에너지 관련 학문과 관련이 있다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새롭게 등장할 재생에너지 발전 기술이 주목을 받겠지만, 내가 커리어를 쌓는 시기에는 에너지 전환의 시작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고려하면 기술적 차원에서의 혁명 이전에 인프라 구축이나 개선이 더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전력 그리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기공학이나 소프트웨어 관련 직종이 제일 많이 필요할 거기 때문에 관련 역량을 갖추지 않고서는 제대로 기회를 잡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공이라는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 있어서 지금까지 어떻게 피해온 프로그래밍을 결국 마주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쪽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더 자세히 다뤄보려고 한다. 여전히 리서치를 해야 하는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책에서는 기업 관련 얘기가 대부분이라(전공인보다는 투자자들을 위한 가이드적인 느낌이 강하다) 결국 업계 쪽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대학원에 대한 열망 역시 마음 한편에 담아두고 있다. 현재까지는 지역을 옮기지 않는 조건에서 스탠포드의 Doerr School of Sustainability에 들어가고 싶은데(지속가능성 관련된 쪽에선 세계 최고로 알고 있다), 현재 내 모습을 보면 그런 대단한 곳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뭐 그런 미래는 앞으로 내가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겠지만.


예전에 중학생 때 쓰던 노트 중에 Road to Stanford라는 제목의, 기타 학교 커리큘럼과 진로에 관련해 온갖 정보를 기록해둔 게 있었는데, 그때는 10페이지에 불과했던 미래에 대한 열정을, 2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슬슬 불태워야 할 순간이 오고 있지 않나 싶다. 뭔가를 마음 놓고 실컷 배울 수 있고, 리스크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남지 않았으니까. 진짜 좀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다음 글에서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클린 테크 및 에너지 기술 관련 스타트업이나 유니콘 기업들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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