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니 각 인물들의 위인전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른의 위인전이라고 할 만큼 그들의 문학을 탐구할 수 있도록 많은 자극을 주었다.
올해 나의 목표이기도 한 민음사 책들의 배경과 작가들의 삶을 엿볼 수 있어서 이 책에서 건진 문장들은 내게 벌써 많은 수확을 가져다주었고 이 책을 다 읽었을 때가 되면 풍년을 암시하고 있을 것 같다. 아직 책의 초입 밖에 읽지 않았는데 진리를 발견하기 위한 그들의 삶과 글에 대한 이야기가 올해 나의 인생 책이 될 것 같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으레 편지를 좋아한다. 그 대상의 성별을 떠나 누군가에게 글을 쓰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일종의 플라토닉 러브가 가득한 글귀를 쓰고 아름다운 문장과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쓰인 문장을 상대가 읽고 있다고 상상만 해도 행복할 것 같다. 편지의 당사자도 아닌 내가 읽고 있어도 그들의 서신 내용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를 알았고 그를 사랑했지
오래 이어진 외로움의 끝이었지
그다음 서로의 삶에서 멀어졌네
(멜빌의 시 Monody 중 일부)
문학가들의 편지라는 것은 누가 읽어도 참 감동스럽다. 그들의 필체를 느껴보고 싶을 정도로 편지를 직접 보고 싶었다. 작년에 영인문학관에서 작가들의 편지를 모아 기획전시를 했던 기록을 아래의 웹페이지에서 보았다. 그때도 역시. 그들의 손글씨와 필체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었다. 웹페이지 내용의 일부를 가져왔다.
최인호 소설가가 이어령 선생에게 보낸 편지는 두 사람이 모두 세상을 떠난 지금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최 작가는 "선생님이 제가 사는 시대에 계신다는 것은 제겐 큰 용기요, 기쁨입니다. 선생님의 앞서간 발자국은 제게 좋은 교훈이 되곤 했습니다. 선생님 우리 일찍 죽지 말기로 해요"라고 썼다. 최 작가는 2013년, 이어령 선생은 2022년 별세했다.
https://naver.me/5Ywkz7cf
그들의 문장이 계속 내게 말을 걸었다. 내가 만약 책만 읽어 온 사람이라면 아직도 고전문학의 문턱에도 못 가고 입구에서 기웃거리고 있었을 것 같다. 다행히도 난 책만 읽는 간서치가 아니라 세상이 내게 주어진 일을 하라고 바쁘게 살아온 일상이 쌓여 이젠 일상이 글이 되고 예전보다는 다르게 고전 문학이 잘 읽힌다.
page110. 진실을 이야기하는 예술
ps. 이렇게 두꺼운 책을 쓰면서 역사적 사실에 대해 각주가 없어서 솔직히 좀 의심스러웠지만 페이지 맨 끝에 저자가 각주를 달지 않은 이유와 참고문헌을 남겨 두어 괜한 의심은 접어두었다. 읽는 내내 저자의 문장과 사실적인 문장이 뒤섞여 혼란스러웠지만 그냥 내게 도움이 되는 글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읽어나가기로 했다.
"어떤 자연 현상도 그 자체만으로는 적절하게 연구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해하려면 모든 자연과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 베이컨.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5장 감각 너머의 진실을 향한 열정
서머빌의 이야기보다는 수학적인 이야기에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page126 “번역이 번역으로 존재하길 그만두고... 제2의 창작물이 되는 보기 드문 기적”... 단순히 수학을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학 개념을 확장하여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특히 천계의 구조를 읽고 싶어졌다.
page 125 시인이란 실은 그 타고난 재능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뉴턴은 자신의 능력이란 결국 전부 “끈기 있는 사고”라고 말했습니다.
공허하게 맴돌던 단어들이 연결되는 느낌들이었다. 책 표지 뒤에 남겨진 몇몇 사람들의 후기를 다시 읽으면서 다시 단단하게 연결된 생각들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의 이름들이 시간의 축에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자라고 있었다.
page 128 그녀는 별 사이에 머리를 두고 있지만 발은 지구의 땅을 단단히 딛고 있다.
같은 시대를 살지 않았어도 앞선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그들의 글로 후세 사람들에게 또 다른 계단이 되어주고 그 진리를 향한 발걸음이 무겁지 않도록 또 다른 계단을 만들고 있었다. 또 한 계단 오르고 또 한 계단 올라 만든 지식의 향연은 끝이 없었다.
그러다 그녀의 웹페이지를 검색했더니 브레인 픽캉스에서 마지널리언으로 바뀌어 있었다. 남에게서 지식이나 정보를 얻은 것에서 주변인으로 왜 바뀌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그녀가 쓴 글들과 사진을 훑어보았다.
수많은 정보들이 이 책만큼이나 가득했다. 1,516 페이지나 되는 글과 그림들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특히 에밀리 디킨스의 사진과 그녀의 집을 사진으로 볼 수 있었고 작가의 수많은 다른 글들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굳이 영문으로 읽지 않아도 요즘은 알아서 웹페이지를 번역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page137 모든 것은 자연적으로 서로 이어져 있으며 서로 연결된다......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은 재능의 주요 특징으로 “사실의 연결고리를 사고의 연결고리와 통합시키는 대담한 연계”능력을 꼽는다.
주요 키워드 : 오로라 리, 블루스타킹, 밀턴에 대한 시, 사랑과 예술, 매리언
메리가 밤새 유클리드를 읽느라 집에 초가 모자라게 되었다는 사실을 안 부모님은 당장 양초를 압수했다.... 이미 유클리드의 저작 여섯 권을 전부 암기했기 때문에...... p.123
p.125 비록 작은 일일지라도 그 여성은 인류를 움직이는 것이며 그것은 성장입니다.
이 책에서 서머빌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정말 빙산의 일각이었다. 그녀의 책과 수학지식은 당대의 지식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고 체계적이고 완벽했다. 범접할 수 없는 천재들의 삶은 내게는 그들이 너무 두려운 존재로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