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타인들의 평가에 따르면 나는 자신감이 넘친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곤 했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다르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뭐가 어떻게 다른지 명확히는 알 수가 없었다. 아마도 자존감이라는 것을 직접 느껴본 적이 없으니 자존감의 개념을 형성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자신감넘치는 나의 모습이 자존감이 높아진 상태라고 착각하기도, 회복탄력성이 떨어질때면 자존감이 낮은가 의심하기도 하며 자존감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심리치료 당시 어느 순간엔 자존감이 높고, 어느 순간엔 자존감이 낮은 것처럼 상태가 자주 변화한다고 말했더니 상담사는 자존감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변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나의 자신감에 대해 상담사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어 보던 중, 나의 자신감은 사실은 우월감이 었음을 알았다.
우월감이라 하면 나 자신을 기준으로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우월감을 느끼고, 나보다 나은 상황의 사람에게는 열등감을 느낀다는 말이기에 극과 극은 통한다고, 결국 우월감은 열등감과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평소 우월감을 자주 느끼던 것은 그에 따른 열등감이 기저에 존재했던 것이며, 고로 자존감이 높은 상태가 결코 아니었다.
자신감은 내가 어떠한 것을 해내는 것에 있어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다는 자신이라면, 자존감은 내가 열등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 부분까지 스스로 존중하고 타인과 비교하여 우월감,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 내 자아를 존중해주는 개념이라던 상담사. 당시엔 이 말을 썩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심리학 공부를 하던 중 알게된 사실은 자존감이란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의 평가라는 것.
예를 들면 타인에게 지적을 받았을때도 "나에게 그런 면이 있구나(자기수용). 사람은 누구나 다 완벽할 순 없으니.. 그래도 나는 교우관계는 좋잖아!"라는 식의,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나의 부정적인 면까지도 수용하면서 내가 나의 가치를 높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존감이다.
이 자존감이라는 개념은 자신감과도 직결되기에 공부를 못하는(또래연령 아이들에 비해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아이가 부모에게 무한 사랑을 받는다고해서 무조건 자존감을 채울 수 있는 부분도 아니며,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공부만 잘한다고 자존감을 채울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심리학자 브랜든의 자존감의 정의를 보면 '스스로의 사고와 능력에 대한 확신과 신뢰인 자신감'에, '자기 자신에 대한 존경심인 자긍심'이 더해져 자존감을 형성한다고 한다.
상담사는 애착만으로 자존감, 회복탄력성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니며 그러한 것들은 많은 요소들이 결합되고 상호작용하여 나타나는 부분이기에, 애착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말라고 하셨던 기억이 있다.
결국 부모가 애착을 잘 다지기 위한 이유는 아이가 자존감과 회복탄력성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사회에 나가 적응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밑거름을 마련해주고자 하는 것인데 애착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육아의 본질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존감을 애착 한가지로만 설명할 순 없겠지만 가정에서 부정적 피드백을 받은 경우에는 자신감이 부족하고 열등감이 심한, 자존감 낮은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한다.
릭 존슨은 자녀가 부모의 긍정적인 반응과 지지를 받고 자라면, 일평생 자존감이라는 선물을 가지고 살게 된다고 했다.
많은 부모가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기위해 고민하고,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n계명,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대화기술, 아이 자존감 높이는 방법 등을 찾아보고 공부하지만 중요한 것은 부모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다.
자존감은 대물림된다. 자존감이 높은 부모는 자연스레 자녀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개방적이고 유연하게 적응하는 행동을 할 것이며, 자존감이 낮은 부모는 과보호, 불평, 불안, 비판적, 경직 등의 양육태도를 보인다.
그렇기에 부모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자연스레 아이의 자존감도 높아지게 된다.
나는 항상 질투가 많은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친동생에 대한 질투, 초등기에는 선생님께 예쁨받는 친구에 대한 질투, 사춘기가 되고서는 예쁜 친구들에 대한 질투, 어른이 되어서는 좋은 학교와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에 대한 질투, 결혼을 하고서는 나보다 더 잘 사는 친구들에 대한 질투, 아이를 낳고는 내 아이보다 더 안정적인 육아를 하고 있는 엄마들에 대한 질투.
정말 끊임없는 질투와 시샘 속에서 살아왔다.
다른 사람들이 누군가를 칭찬하면 배알이 꼴렸고, 잘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도 무언가 흠이 있을 것이라는 유치하기 짝이 없던 반사회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부정적인 생각은 타인에게도 안좋았겠지만, 궁극적으로 나 자신에게 너무나 해로운 것들이었다.
타인에 대한 질투로 인해 늘 높은 이상을 좇았고, 나보다 잘 된 사람을 보면 질투심에 쓸데 없는 에너지 소비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가지는 나 자신을 스스로가 결코 좋게 평가할 수 없었고 자존감의 하락까지 악순환을 경험했다.
내면에서는 열등감과 두려움, 불안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감추기 위해 겉으로는 권위를 지닌 척, 잘난 척, 우월감으로 표현했다. 마치 겁먹은 강아지가 크게 짖는 것과 같은 이치였으리라.
심리학 공부를 통해 지금은 자존감의 상승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타인이 잘 된 모습을 봐도 배아파하지 않고 진심으로 축하해주게 되었으며, 타인의 성장을 격려해 주기도, 돕기도 하는 등 이타적인 행동을 하게 되었다. 나의 한계와 위치를 명확히 인식하고 지나치게 높은 이상을 좇지 않고, 비교 대상이 있다면 오직 과거의 나와 비교를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다.
불행했던 아동기의 경험으로 자존감을 상실해버린 사람들도 분명히 노력으로 자존감 상승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쉽지만은 않겠지만 자존감의 상승을 경험한다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