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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빈 Jun 01. 2021

완벽주의 엄마는 게으른 엄마가 되었다.

영재를 만들려는, 아이를 똑똑하게 만들려는 생각은 맹세컨데 없었다.
하지만 목표가 영재가 아니라고 해서, 완벽한 아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편안한 육아라고는 할 수 없었다.
나는 남들과는 다른 나름의 강박이 있었다.

1프로의 아이를 만드는 것이 아닌, 99프로의 아이를 만드는 것.
평범, 중간치, 딱 표준의 아이를 만드는 것,
행복한 아이를 만드는 것.


과연 목표치가 완벽, 영재, 1프로가 아니라해서 나는 아이에게, 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다 할 수 있겠는가.
나름의 목표치가 있었고, 결국은 아이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려고' 하는 과정에서 나도, 아이도 서로에게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엔 스스로 합리화를 시키며 살아왔다.
'나는 영재를 바라지 않잖아?
나는 아이가 평범하길 바라는 '좋은' 엄마잖아?
나는 아이에게 분명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을거야. 성취압력을 가하지 않으니까'
라는 자기합리화, 정당화.


하지만 아이 역시 엄마의 (어쩌면 1프로의 아이를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평범한 아이를 만들고자하는 욕심에 힘들어 하고 있었고, 나 역시 아이의 공부가 목표가 아니었다 뿐이지 행복을 목표로,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애착에 집착하고, 놀이에 집착하고, 대화법에 집착하고, 자존감에 집착하는 등 공부보다 더 어려운 것들에 집착하는 육아를 하고 있었다.



정체성의 심리학의 저자인 박선웅교수는 말한다.
'자존감을 가진 자는 자존감을 갈망하지 않는다. 자존감을 가지지 못한 자들이 자존감을 갖기 위해 집착한다..
자존감을 이미 가진 사람은 자존감을 얻기 위해 공부를 하고, 최선을 다해 업무를 수행하는게 아니다. 그저 열심히 하다보니 결과로서 자존감이 따라온 것일 뿐.'

나의 육아 역시 그러했다.
가지지못한 아이의 행복에 집착하다보니 이미 있는 행복조차 달아나버렸다.
그저 육아를 즐기며, 일상을 열심히 살아내다보면 결과로서 저절로 따라올 행복이었음을 모르고..



지금 내 육아? 어떻냐고?
발로 한다 ㅋㅋㅋㅋㅋ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가 행복하다는 말.
그 말을 난 믿는다.

아이를 어떻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 날들을 버리고, 나는 아이를 나의 일상으로 초대했다.
누가 그랬다.
육아란 아이를 엄마의 일상에 초대하는 것이라고.
더이상 나는 아이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가장 좋은 것은 가장 편안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편안한 '내' 삶을 살아가고 있고, 아이에게 무조건적으로 맞추지 않고 내 삶으로 초대하여 일상을 그저 즐기고 있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 잠시도 아이를 가만히 두질 못했다.
자는 시간, 먹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며 놀아줬었다. 왜? 놀이가 아이에게 좋다니까. 아이가 엄마를 계속해서 원하니까.
하지만 요즘은 놀기 싫으면 싫다고 말하고, 쉬고 싶으면 쉬고 싶다고 말한다. 하루에 한번도 안놀아주는 날도 있다. 놀이를 매일 해야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났다.
혼자 놀지 않는다고 해서 더이상 걱정하지 않는다.
내 일상이 있듯, 니 일상이 있는 것이며, 더이상 아이의 삶을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지는 일은 하지 않는다.
혼자 놀지 않는 것도 너의 선택이고, 책임도 너의 몫이다.
라는 생각으로-
그러다보니 애미가 놀아주지 않아도 아이는 느리지만 자신의 몫을 찾아나간다.


아이의 자존감을 살리는 대화법, 자녀 대화법 따위도 이제 더이상 신경쓰지 않는다.
가장 편안한 상태의 나를 여과없이 아이에게 보여주고 있고 아이 역시 그에 적응하며 엄마가 좀 짜증을 낸다고 타격 받지 않는다 ㅋㅋㅋㅋㅋ 오히려 사춘기딸 키우듯 엄마와 투닥대기도 하고 싸우기도 한다.
이런 대화가 편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화를 부정하며 표출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니 더이상 화가 폭발적으로 일어나지도 않는다.

아이와 나의 관계는 많이 편안해 졌다.
엄마라는 가면을 억지로 쓰고서 나를 버리고 살아가던 지난날과는 다르게, 나는 지금 나로서 엄마라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엄마이기 이전에 김수빈이라는 한 개인이다.
아이는 김수빈의 일상에 초대되어 함께 일상을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는 그렇게 육아하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더이상 내 기준에 맞춘 평범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 행복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어떠한 삶을 살든 그것은 아이의 선택이고 나는 그것을 존중한다.


참고로 이러고 살다보니 스트레스 지수가 매ㅡ우 낮아졌다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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