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를 낳은것을 감히 후회하곤 한다.
아이때문에 내가 힘들어서, 내가 고통스러워서가 아니라
완전하지 못한 나의 존재로 인해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고통을 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자각할때면
너는 또 무슨 죄일까
싶어 너라는 존재를 창조해낸 나는
어떠한 변명도, 핑계도 대지 못한채
그저 한없이 나약한 죄인이 되어버리고 만다.
나라는 존재만 생각했을때,
아이는 내게 있어 완벽한 축복이었고,
신이 내려준 또 한번의 기회였다.
아이를 통해 나는 나의 내면 아이와
너무나 아파서 가슴 속 깊숙히 숨겨두고 까맣게 잊고 있던 상처를
아이라는 거울을 통해 확인하게 되었으니까.
무엇이 나를 아프게 하는지도 모르고,
왜 아픈지도 모르고,
나의 상태가 어떠한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채
그저 살아지는대로 살아갔던 내게
삶에 있어 방향을 설정해주고,
아픈 과거를 돌아보고 치유할 수 있게,
또 성장할 수 있게
돌보아준 존재가 바로 아이라는 존재였으니까.
신을 믿진 않지만 만약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내게 아이라는 존재를 내려보냄으로써
지금껏 방치해둔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할 수 있게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게 있어 아이라는 존재는
나를 일으키고 나를 세우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반면에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아이는 본인이 그러한 존재가 되길 원했을까.
티없이 맑고 깨끗한 아이의 순백의 도화지에
나는 내가 받은 상처를 똑같이 새기고 있진 않은가.
내가 받은 그대로를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처럼
아이의 가슴에 고통이라는 두 글자를 크고 깊게 새기고 있진 않은가.
아무리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해도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
그리고 그러한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나도 모르게, 나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빠르게 표출되는 언행들은
아이에게 종종 비수가 되어 날아가 꽂히곤 한다.
너무나 빠르게 지나치는 순간들이라
나조차도 아이에게 상처를 남겼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이는 그 상처들에
조금씩 조금씩 생채기 내어지고 있다.
나도 잘 알고 있다.
아무런 상처없이 티없이 깨끗하게 자란 사람은
세상에 그 누구도 없다는 것을.
누구든 부모와의 관계에서
크든, 작든 상처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라고.
그것이 강압에 의한, 권위에 의한 상처가 아닐지라도
너무나 허용적이고, 너무나 보호적인 상황에서도
상처가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감히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하곤 한다.
흔치 않은, 삶에 있어 너무나 큰 풍파를 여러번 겪어왔다.
상담사는 내게 피떡이 되어 있다는 표현을 하곤 했다.
그랬다.
피떡이 져버린 상태였음에도
나는 그러한 나를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내가 노력하면,
인지적으로 완벽하게 처리해내면
나는 피떡이 져있을 지라도
아이에게 피묻히는 행동은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피떡이 된 채로
피묻은 손으로 내 아이를 어루만지며
아이를 나의 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럴 줄 알았으면 낳지 말걸.
너무나 무책임한 생각을 하며
종종 아이에게 죄인이 되곤 한다.
나를 위해서는 너무나 큰 선물이고 축복이지만,
내가 과연 너에게 축복이고 선물이 될 수 있을까.
부모는 늘 자식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죄인이 될 수 밖에 없나보다.
나를 비추어주는 그 투명한 아이라는 거울 앞에서
피떡이 된 나를 발견했고,
그리고 나의 상처가
그 투명한 거울까지도 붉게 물들지 않을까
나는 늘 조심스럽다.
너만은 아프지 않길.
너만은 지켜내어 지길.
매일 기도한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대물림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너무나 아프지만
이 고통을 너와 함께 나누고 싶지 않다.
네가 편할 수 있다면
칼날같은 상처를 혼자서 꽉 끌어안고
내가 베어지고, 내가 찔려도 좋으니
너만은 그것으로부터 지켜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물림의 역사는 막기가 힘들다.
이기적이게도 종종 이런 바람을 갖기도 한다.
아팠음을, 엄마가 너무나 아팠음을
나중에 네가 커서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
그땐 용서해줄 수 있겠냐고.
부족한 엄마였지만
그것이 엄마의 최선이었음을 네가 이해해줄 수 있겠냐고.
그것밖에 할 수 없었음을 용서할 수 있겠냐고.
그리고 아이를 향한 죄의식을 통해 나는 또 한번 느낀다.
나의 부모 역시 내게 같은 마음일 것임을..
그리고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용서했다고..
너무나 아픈 경험을 했고 고통스러웠지만
그 고통을 상쇄시킬 만한 사랑을 얻었노라고.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