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보다 이성

by 김수빈

사람들이 내 글을 봐주는 이유가 무얼까.
어떠한 기교도 꾸밈도 없는 투박한 내 글을.
내 생각엔 진솔함에서 오는 원초적인 자극인것 같았다.

내 글에서는 사람들이 쉽게 내뱉지 못하는 아주 원초적인 부분까지 드러낸다.
그 원초적이라는 것은 모두가 갖고 있고, 또 알고 있지만 알아도 들어내지 못하거나, 혹은 인지조차 되지 않았던 부분들이라 사람들은 내 글에서 투박하고 거칠지만 원초적인 부분을 들여다 보는 것 같다.

나는 그것이 감정이라 생각했다.
기저의 감정을 꺼내어 보여준다 생각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애 글에서 내면 깊숙이 눌러둔 무의식의 감정을 보고서 자극 받는 것이라 생각했다.

상담사는 15회기의 상담을 거쳐 가설을 수정했다.
처음엔 내 말을 듣고 상담사 역시 블로그에 내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이 담기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에서야 돌아보니 (글을 본적은 없으시지만) 나는 감정이 아니라 인지를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진 않을까.. 싶다는 것이다.

상담사의 말을 듣고보니 그러했다.
내 블로그의 글을 돌아보니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인지적으로 사건을 따박따박 풀어내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감정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머리로 생각하고 옳고 그름을 자꾸만 객관적으로 따져대는 인지였다.

원초적 감정이 아닌,
수치스러운 사건도, 과거도 이성적으로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모습이었다.

(사실 지금 글도 그러할지 모른다.)

mbti 워크샵을 들으며 강사는 내가 쓴 글을 보고 표현이 이미 심상치 않다고 했다.

피상적인 표면의 감정만을 느끼고,
내면 깊숙한 기저의 감정을 인식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열등기능 F에 대한 노력을 담은 글이었다.

이미 표현에서 부터가 T의 느낌이 강하게 드는 단어 선택 들이었다.

피상적, 표면의 감정, 기저의 감정, 인식...
F의 감정형 사람들의 열등기능 T에 대한 노력의 글을 읽었을땐 사실 이 정도의 표현은 없었다 ;

나름 F를 흉내내려 기저의 감정을 탐색하니 어쩌니 했지만 그거마저도 굉장히 이성적인 답변을 제시한 느낌이었다.

상담사는 왜 내가 이성적여지고 인지를 주로 사용하게 된 것일까에 대한 가설을 세웠다.

부모에게 감정이 받아들여진 적이 없고, 감정을 표현할때도 제지당한 적이 많아 감정을 느끼는 자체를 잘못된 것으로 생각 했을 가능성,
그러다보니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단 이성을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게 느껴지고 받아들여졌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나에게 감정이란 참말 어렵다.
지금도 감정을 풀어내 보겠다고 글을 썼는데
써내려가며 느끼는 것은
분석과 탐색이다.
글에서 묻어나는 것은 감정의 소프트함, 말랑함이 아니라 이성의 하드함, 차가움이 느껴진다.

흠.....
지금 내 기분이 어떤가....
모르겠다.
마치 기분이 없는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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