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육아고수

by 김수빈

사람들은 나를 똑똑이로 본다.
육아고수로 본다.

상담사에게 나는 늘 하는 말이 있다.
난 무식, 무지한데 사람들은 내 글을 읽어주고, 나를 따라와주기도 해요.

물론 웩슬러 지능검사에서 전혀 무식하지 않은 결과가 나오긴 했다.
그치만 학창시절 방황을 하며 당시 해야할 공부를 손 놓았고, 종종 그때의 배움의 부재로 상식적인 부분에서 막힘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에서 나는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늘 도사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무식한, 무지한 내 글을 읽고 깊은 공감을 해주는 사람들이나 무식한 내 의견에 따라와 주는 사람들에게 늘 고마움과 함께 의아함을 느꼈다.

실제로 나는 똑똑하지 않다.
(웩슬러 검사도 지능 졸라 좋네!!! 수준이 아니고 지극히 평범하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살제 나는 육아고수도 아니다.
부족한것 투성이에 오히려 육아가 체질에 맞는 성향도 아니다.

하지만 이성적, 논리적, 근거 기반, 빠른 정보처리와 표현을 보고서 사람들은 똑부러지고 야물딱지게 보고 따라주기도 한다.


S형은 과거 경험을 기반으로 사물을 인식한다고 한다.
그렇다. 내가 똑 부러지는 척, 현명한 척, 지혜로운 척, 다 아는 척 (물론 나는 척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 순간만은 나 역시 내 경험이 세상의 모든 것 인것처럼 생각한다.) 내 뱉는 말들은 결국은 다 내 경험이고 내 과거일 뿐이다.

고작 내 경험을 가지고 인식하고, 판단하고, 평가하고, 나아가서는 타인들에게 내뱉는다.

나름 직설적이고 확신에 차서, 강단있게 말하는 내 모습에 사람들은 홀린듯 정답이라 느끼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중학교 친구들이 말했다.
말싸움을 하면 너한테 이길 수가 없었다.
늘 논리적이게 근거를 대면서 이야기하니까 싸우다가도 끄덕끄덕하고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라고.

하지만 그 근거 역시 내 경험일 뿐이었고, 그것을 가지고 타인에게 강요하기도, 또 설교하기도 했다.

아이 친구 엄마들은 정보가 필요할때면 내게 전화하곤 했다.
"ㅇㅇ전집이랑 ㅁㅁ전집 중에 뭐가 나아?"
"아이가 손을 물어뜯는데 어떻게 하지?"
"지금 ㅇ개월인데 어린이집에 보내도 괜찮을까?"

그리고 이어서 하는 말이
"넌 뭐든 알 것 같아." 였다.

당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부담스럽긴 해도 우월감에 도취되기도 했던것 같다.

내가 가진 정보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그것을 전달받은 타인이 따르는 것이 즐거웠고,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 꽤나 우월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상담공부를 하며 점점 느꼈다.
사실 나는 정말 똑똑하고, 지혜롭고, 현명하고,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저 나의 경험과 과거에 입각해 좁디 좁은 한정된 정보를 정답인양 내뱉고, 그것을 강요하는 사람이란 것을.
물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가지고 정보를 받아들이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의 경험 이 외에도 다른 경험과 다른 방법과 다른 사고가 존재함을 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경험한 것이 전부 라는 생각으로 굉장히 편협한 생각과 정보를 가지고서 심지어 타인에게 주입하고 강요하고 있었다.

그저 직설적이고, 강단있고, 신속 정확하다는 특징들로 겉으로 '똑똑해 보일 뿐'
실제는 우물 안 개구리면서 말이다.


내가 법이 아니다.
내가 진리가 아니다.
내 세상이 전부가 아니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존재하고
그만큼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그만큼 다양한 방법을 가지고
그만큼 다양한 시선을 가지고 살아간다.

세상은 꼭 하나의 방법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또 인정할 줄 아는 것이 정말 똑똑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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