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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빈 Dec 19. 2020

엄마도 화를 내야 합니다.

육아를 하며 엄마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바로 아이를 향한 '화'일 것이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나면 감정조절도 못하는 못난 엄마로 느껴지고 그것이 반복되다보면 엄마의 자격까지 운운하며 죄책감에 빠져들게 된다.


낮버밤반

엄마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는 말이다. 낮에 버럭하고 밤에 반성한다. 매일밤 잠든 아이를 보며 화낸 것에 대해 눈물 쏟으며 반성하고 그리고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시  화는 반복된다.

엄마들은 나의 화가 아이의 인생에 큰 부정적 영향을 줄것이라는 생각에 화를 참기 위해 노력하고 '화 안내는 엄마 = 좋은 엄마' 라는 생각을 가진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던 사람이었고 심리치료를 받으러 다닌 가장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리고 심리치료를 통해 개선된 점은 화 자체가 많이 줄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화가 부정적이라는 비합리적인 생각에서부터 벗어났다.


화 뿐만 아니라 어떤 부정적감정일지라도 절대 불필요한 감정은 없다. 어떠한 감정이든 나를 위해, 필요에 의해 생성된 것이다.

아이를 위해 내 감정을 외면하고 무시해버리면, 감정이란 마치 공과 같아서 누르면 누를 수록 더욱 강하게 튕겨져 나오게 된다. 화를 누를 수록 겉으로는 더욱 파괴적으로 표출되는 것과 같다.


부모가 전혀 화내지 않고 온실 속 화초처럼 키운 아이들의 경우는 자라서 사회에 나가 부적응적인 삶을 살게 된다는 연구도 많고, 실제 내가 다니던 상담센터에서 중학교 선생님이 부모님의 화를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채 성장하여 교직생활을 하던 중 교장선생님의 큰 소리를 견디지 못하여 심리치료를 받으러 다니시던 분도 계셨다.

한번도 가정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겪어보지 못한 아이는 가정과는 다른 모습의 사회에 나와 타인의 화를 맞닥뜨리게 되었을때 공포감과 좌절감이 극심하게 다가올 수 있다.


부모도 아이에게 화를 표현해야 한다.

하지만 화를 파괴적이고, 폭발적으로 내는 것은 아이에게도, 자신에게도 좋지 않은 방법이므로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화를 건강하고 세련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에 초점맞춰야 한다.

아이에게 부정적 감정을 무조건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 좋은 엄마가 결코 아니다.

"네가 이러이러해서 엄마는 기분이 나빠. 화가 나." 라고 폭발을 일으키지 않고 차분하게 엄마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내가 나의 감정을 억누르지도 않았고 적절하게 화를 표현했으며 아이는 엄마의 감정표현을 통해 어떤때 타인의 감정이 상하게 되는지를 알 수 있고, 타인의 감정을 읽는 연습,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연습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엄마의 건강한 화 표현을 모델링하여 화가 날땐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건지 배워갈 수 있기에 엄마의 건강한 화 표현은 중요하다.

나의 화를 충분히 표고도 아이에게 상처주지 않고 부정적인 영향을 가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나의 화를 알아차리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보듬게 되면 그 화는 파괴적으로 표현되지도 않고, 가볍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화가 순화되고 가라앉기 시작한다. 아이의 감정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여기고 나부터 챙겨주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나의 감정을 부정하면 생각과 감정의 불일치로부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이 방법들이 처음부터 적용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인간의 뇌는 한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시냅스가 흐르게 되면 상대적으로 덜 사용하는 시냅스는 가지치기를 하게 되는데 그만큼 자주 써서 강화되어 있는 시냅스(폭발적인 화)의 반대되는 것을 하려면 인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강화된 시냅스의 방향이 틀어지기 시작하려면 건강하게 화내는 법을 3개월동안 의식적으로 반복해야 스스로가 변화되고 있음이 느껴지고, 타인이 느낄 정도가 되려면 1년은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시냅스를 강화시켜야 아이가 엄마의 변화를 눈치챌 수 있다고 한다.

나 역시 1년여간의 트레이닝을 통해 폭발적인 화를 개선했고 아이가 "우리 엄마는 화 안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물론 화를 전혀 안낸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세련된 방법으로 차분하게 표현은 계속 했고 아이는 그것을 '화'로 인지하지 않았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화라는 것이 부정적인 것이라 배워왔고 사회에서 억누르는 것만이 옳은 것이라 배워왔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어떠한 감정이든 필요에 의해 생성된 감정이며 우리는 스스로 그것을 인정하고 수용해 줘야 한다.

화가 나면, 화를 내면 나쁜 엄마라는 비합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이분법적으로 화를 낸다, 안낸다가 아닌 유연하게 화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사회에 나가 자신의 감정표현도 못하는 위축되고 소극적인 아이가 되지 않으려면, 혹은 파괴적이고 폭발적인 아이가 되지 않으려면 엄마부터가 건강하고 똑똑하게 화를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엄마가 화를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하여 부정하면 아이는 모델링을 통해 화가 나는 것에 대해 '나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고 화가 나는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또한 화를 낸 후 죄책감을 가지는 엄마를 보고 아이도 사회에 나가 화를 내고 나면 죄책감이라는 감정에 시달리게 될 수 있다.

모든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목소리를 똑똑하게 내면서 유연하게 타인도 수용할 수 있고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는 아이가 되길 바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부터가 나의 감정을 숨기거나 외면하지 않고 똑똑하게 표현한다면 아이 역시도 사회에 나가 내 목소리를 건강하게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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