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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빈 Sep 22. 2022

긴장하면 텐션이 높아지는 나


집단상담을 하고 온 후,
나는 힘들었던 맘을 개인 상담사에게 털어놓았고 상담사는 내게 아이러니한 답변을 한 적이 있었다.

"수빈씨는 긴장하셨었군요."

???
이해가지 않았다.
나는 상담에 가기전,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에 대한 설렘,
오히려 텐션이 끌어올려진 상태에서
한껏 들뜬채 집단상담에 참여했었다.

상담사는 그런 날더러 긴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나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스스로도 나는 긴장했음을 자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것은 긴장이 아니라 설렘, 들뜸, 즐거움, 기대감, 환희 였다.

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때면,
새로운 자리에 참석할때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순간이면,
무대위의 주인공이 되면
위에서 언급했던 감정들을 느끼곤 했다.

누군가는 불안해할 법한 상황을
나는 오히려 즐기곤 했다.

상담사는 내게 말했다.
긴장의 양상은 다들 다르게 발현되곤 하죠.
누군가에게는 속으로 숨는 방법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드러내는 방법으로.

당시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당신도 틀리는 것이 있군요.
라는 생각으로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리고 한달동안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많은 상황들에 노출되어 왔다.
학교에서 청중들 앞에서 발표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기도 하고,
모임을 주도하는 입장이 되어 이끌기도 하고,
처음 보는 100명의 사람들 앞에서 발제해야 하는 순간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나는 두려움보다는 신남, 즐거움이 늘 함께 했다.

내게도 긴장이란 것이 존재하긴 한다.
청중들 앞에 나서는 것이
내게 주목되는 순간이
왜 긴장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럴때마다 함께 올라왔던 감정은
신남, 재미, 희열, 설렘, 들뜸과 함께
엄청난 텐션 업을 경험하곤 했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긴장한 줄도,
불안한 줄도 몰랐다.

이런 감정들은 나를 방방 뜨게 만들었다.
낯선 이를 보면 경계하고 꼬리를 빠짝 세우는 고양이가 아닌,
낯선 이를 보면 힘차게 꼬리치며 반기는 강아지와 같이 나는 새로운 자극이 시작되는 순간 텐션이 마구 증가하곤 했다.

대부분 긴장이라하면 얼음이 되거나 움츠러 들거나 혹은 회피하거나 목소리가 작아지기 마련인데,
나는 긴장하는 순간 목소리가 높아지고 커지고 텐션이 마구 올라갔다.
그렇기에 그것이 긴장인지, 들뜸인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런 항진된 감정과 신체의 각성 상태를 나는 긴장이 아닌, 설렘이라 정의 내렸었다.
기분좋은 긴장, 기분좋은 불안, 기분좋은 설렘이었다.

그리고 한달여 동안 흔히들 말하는
긴장상태에 놓이게 되면 나는 늘 텐션이 과도하리만치 치솟곤 했다.

이런 나의 상태를 두고 나는 종종 조울을 의심하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수차례의 심리검사에도 조울의 결과는 나오지 않아 의아했다.

그리고 상담사로부터 너의 긴장과 불안은 흥분된 상태로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나는 긴장을 하면 말이 많아지고 목소리가 커졌다.
이런 날 보고 사람들은 방방 떠 있다.라고 표현하기도, 푼수데기처럼 보기도 했다.
늘 밝고 에너지가 넘치고 자신감이 넘친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이러한 나의 특성이 불편함을 자극하곤 했다.

그런 붕 뜬 기분을 나 역시 즐기곤 했다.
기분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어쩌면 내가 사람을 모으는 이유는 이런 자극을 계속해서 찾기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새로운 일을 계속 벌리고,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찾는 이유도 이러한 감정을 탐닉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TCI 기질성격 검사에서도 나는 자극추구가 매우 높은 기질로 중독, 즐거움과 관련된 도파민 기제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는 항상 붕 뜬, 텐션이 높은, 에너지 과잉의, 들뜬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내가 말수가 줄어들거나,
내가 조용히 생각을 즐길때면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냐고 묻곤 했다.

집에 있을 때면 나는 조용함을 즐기기도,
혼자인 시간이 절실한 때도 있다.

내가 말이 많아지고,
내가 목소리가 커질때면
내게 새로운 자극이 발생한 때다.

그것이 새로운 자극일지도,
관계에 의한 자극일지도,
혹은 긴장과 불안인 상태인지도 모른다.

긴장과 불안의 상태에서
위험회피가 높은 사람들은 세로토닌이 분비되며 회피의 형태로, 굳어버리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겠지만
자극추구가 높은 나같은 경우는 도파민 분비와 함께 자극을 직면하고 돌파하고 갈망하는 것으로 나타날 지도 모르겠다.

이래서 상담학과에서 생물학까지 공부해야 하는거구나 싶다.

결론은
인간은 호로몬의 노예?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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