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빈 Oct 10. 2022

아이가 아프다.


아이가 아프다.
그로 인해 나의 학교 생활은 올 스톱 되어 버렸다.

학교 대면수업을 시작한 이후로
아이는 약을 달고 산다.
엄마가 없는 티가 난다는게
이런 거구나 싶다.

아이는 피부에, 코에, 목에, 눈까지
온 몸의 질환이 동시에 찾아와 버렸고
피부과, 이비인후과, 안과
세군데의 병원을 다니며
어마어마한 약을 먹으며 버티고 있다.

학교를 가야 하니
유치원에 오전에 가서,
아빠가 퇴근하는 7시까지 태권도 학원에서 있어야만 한다.

아이는 그 과정에서 체력이 축나버렸나보다.
마음이 힘들었나보다.
유치원 선생님이 태권도 학원에 가다
아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면서 가더라는 전화가 왔다.

태권도 학원에 가기 싫다는 말을 종종 하기도 한다고 하고,
아빠가 데리러 갔을때도 눈물을 왈칵 쏟아냈었다고 한다.

매일 저녁 늦게 도착해
아이 얼굴 볼새도 없이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더니
나는 아이의 건강이며,
아이의 마음이며
제대로 들여다 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아이는 심신이 모두 힘들었었나보다.
면역력이 바닥이 되었고
이렇게나 아픈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약을 먹으며 버티고 있다.

시댁에서는 날더러 휴학을 하라 했다.
휴학, 말이 쉽지.
휴학 기간도 아니라 당장의 휴학도 불가하다.

아이가 아프니 사실 당장 때려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내게 무엇보다 소중한건 아이이니까.

내 자아실현을 하겠다고
아이를 방치하는 느낌이,
아이를 뒷전으로 미룬 느낌이,
나는 끔찍이도 싫었다.

이럴때 말할 곳이라곤 엄마밖에 없으니
엄마에게 전화해 아이가 아프다며
신세 한탄을 했고,
친정엄만 아빠를 원망했다.
"젊을 때 돈 좀 모아뒀으면
내가 당장 회사 그만두고 가서
도와주면 되는데..
이럴때면 난 네 아빠가 너무 원망스럽다."

그런 의도에서 말한 것도 아니고,
도움을 바라 한 얘기도 아니었지만
나는 졸지에 무능력하고 나쁜
엄마, 아빠를 만들어 버린 딸이 되어 버렸다.

아이의 상태는 점점 심해져 간다.
열이 더 나고,
목이 더 아프고,
코가 줄줄 흐르고,
아토피 수치는 최악을 찍었다.

스테로이드며 항생제 두가지에 각종 알러지약과 여러 약들을 먹인다.
만 6세의 아이의 몸에
들어갈 데가 어디가 있다고
이 많은 약들을 쑤셔 넣고 있는지..

아이가 아프면 나는 죄인이 된다.
나 때문에 가고 싶지 않은
태권도 학원까지 가며
오전에 나가 저녁에 들어오는
생활을 이어 나간다.
아이는 마음도, 몸도 너무 힘들었나보다.

교수님께 연락해
한주동안 나가지 못한다고 말씀을 드리고
나는 집에서 아이를 케어 중이다.

삼시세끼 건강한 음식을 먹이고,
꼬박꼬박 약을 챙기고,
몸과 맘이 편할 수 있는
최선의 환경을 만들어준다.
엄마로서 응당 해야 할 것을 하고 있으니
그제야 맘이 놓인다.
내 품에 끼고 있는 순간에
안심이 된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우리 딸..
돈벌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내가 좋아서 하는 공부를 한다고
아이를 내팽개쳐놓은 것 같아
죄책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공부를 하며 수많은 난관에 부딪힐 거라 예상은 했지만
엄마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그 죄책감이 날 가장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냥
다 그만 두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의 감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