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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빈 Oct 10. 2022

엄마


바쁜 일상 속에서
일에 치여, 육아에 치여
정신없이 달리다보면
어느샌가 고난과 역경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와 있을 때가 있다.

나 살기조차 바빠
부모조차 뒷전으로 미루어 둔채
종종 오는 연락마저도
시큰둥하게 대꾸하고는
일정에 치여, 피곤에 치여
급히 전화를 끊어버리곤 한다.

딸의 생사가 궁금했던 엄마는
바쁘다며 투정부리는 딸의
시큰둥한 목소리에
이내 나중에 연락하겠다며
등떠밀리듯 전화를 끊는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아가다가
꼭 눈 앞이 깜깜해지는 순간이 생긴다.

그럴 때면 이기적인 못된 딸은
엄마에게 전화를 돌린다.
그제야 엄마의 품이 그리워 진다.
나 힘든 얘기,
내 새끼 아픈 얘기,
돈없어 죽겠단 얘기,
미루어 둔 수많은 이야기들이
울분을 토해내듯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마치 엄마가 감정 쓰레기통이라도 되는 양,
엄마에게 맘껏 쏟아내고 나면
엄마의 마음 속에는 무거운 짐이 생겨버린다.

내 아이가 힘든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알 수 없는 죄책감에 몸서리친다.
그리고 그런 내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엄마는 딸이 느낀 죄책감을 몸소 그대로 흡수해 버리고 만다.
엄마는 나의 죄책에 엄마의 죄책이 더해져
눈덩이처럼 커져버린 죄책감을 짊어지고는
전화를 끊는다.

모든 것을 쏟아낸 나는
이내 편안해 진다. 평온을 되찾는다.
반면에 엄마의 밤은 쉬이 끝나질 못한다.

나는 오늘도 아이 앞에서 죄인이 된다.
그리고 엄마는 또 한번 내 앞에서 죄인이 되어 버리고 만다.

부모는 늘 아이 앞에
죄인일 수 밖에 없나보다..

문득 엄마가 그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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