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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일기 1
01화
어쩌다 주말부부
떠났다. 내가...
by
엉클써니
Jul 25. 2022
'일단 살고 봐야지.'
한동안 우스개 소리로
중년부부 중 주말부부인 사람들은
전 생애 나라를 구한 사람들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서로에 대한
젊은 시절의 열정이 불타오를 리가 만무하고,
각자 중년의 발달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여러 모양의 책임에 짓눌려 있으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개인의 나약함에 죄책감을 뒤집어 씌우는
사회의 프레임에 버둥거리며,
더 이상 가슴 떨리는 꿈 따위는 없는 것인가 라는
깊은 자기 연민에 절망할 때...
그때는
일말의 숨구멍이 되어줄 나만의 공간과 시간이
절실하다.
이럴 때,
부부 중 한 명의 직장문제로
주말부부가 되는 경우,
각자 숨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여유가 생기면,
서로에 대한 생각과 감정의 공간도
상쾌하게 환기가 될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인생도 반추해 보며
남은 인생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볼 수도 있게 된다.
수년 전 그러한 이유로
나는 섬마을 학교로 자진하여 전근을 갔었다.
그때 나는 인생의 큰 전환기를 맞고 있었다.
그러나 남편에게는 너무나 갑작스러운
준비되지 않은 통보에 불과했다.
남편은 남겨진 자로서 한동안 힘들어했다.
그 당시 나는
막다른 골목에 갇힌 듯한
답답함에 질식할 지경이었고,
날마다 우울과 분노의 롤러코스터에 타고 있는 기분이었다.
해소되지 못한 감정의 불길이
나를 산 채로 태워버릴 기세였다.
'나는...
살고 싶었다.'
섬마을 교사로서의 생활은
불편한 점이 많았다.
사람보다는 벌레나 곰팡이의 주거지로
더 적합했던 관사,
혼자서 전 학년, 전교생의 학업을
다 책임져야 했으며(전교생이 적다 보니...),
교사 수가 적어서 해도 해도 끝이 없어 보이는
행정업무 등...
하지만,
나는 서서히 진정되어 갔다.
좀 거친 면이 없지 않지만
밝고 순박했던 학생들과의 생활,
(25년간의 교사생활을 통틀어
가장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존재만으로 힘이 되어 주었던 신부님, 수녀님들,
학교 청소담당 여사님,
급식실 조리사 어머니들,
존경스러웠던 화개사 주지스님,
부족한 내 편이 되어 주었던 동료들...
초록의 들과 산,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바다,
내 사랑 행복이와 희망이(강아지들),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민가의 닭들,
잊어버릴만하면 나타나던 토끼 두 마리,
길가의 고양이들,
벚꽃, 복숭아꽃, 매화,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들꽃들...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살렸다.'
그리고 우리 부부 사이에도
무언가,
'미학적 거리'가 생긴 듯했다.
뜨겁지는 않지만 냉담하지도 않은
그 무엇...
교정에 핀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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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부부
주말부부
학교
Brunch Book
교동일기 1
01
어쩌다 주말부부
02
그해, 삼일절의 충격
03
그곳에서 만난 사람 1
04
교동 고양이
05
그리운 행복이와 희망이
교동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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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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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동안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고 지금은 명퇴했어요. 자연인을 꿈꾸며 꾸준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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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삼일절의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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