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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클써니 Sep 28. 2022

외할아버지 4

나의 보호자, 나의 우상

외할아버지께서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병석에 계시다는 말을 듣고

할아버지가 계시는 광주로 향했다.


일요일이었고 광주광역시까지는 꽤 먼 길이라

오전 6시에 출발 예정이었다.

복잡한 마음 때문이었는지 새벽 2시에 잠에서 깼다.


1시간가량 떨어진 용인에 사는 막냇동생 집에 들러

함께 출발했다.

일찍 서두른 탓인지 교통흐름은 수월했고

동생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도착했지만,

선뜻 할아버지가 계시는 집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의식은 온전하신 것일까?

혹시 나를 못 알아보시면 어떡하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 속에 괜스레 집 주변을 조금 배회하다가

외숙모에게 건넬 과일을 조금 사서

집으로 들어갔다.


외할아버지는 바스락거리는 낙엽처럼 누워계셨다.

통증으로 몸을 기역자로 구부린 채

머리맡에는 약봉지와 물, 소변통이 놓여있었다.

죽도 넘길 수 없는 상황에 통증을 줄이기 위해

독한 약을 넘기는데 그것도 쉽지가 않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알약은 목구멍을 넘어가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할아버지를 돌보고 계시는 외숙모는

손님이 왔다고 밥상을 차린다고 법석이다.

방안에서는 죽도 못 드시는 할아버지가

통증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연신 가슴을 치신다.

복수가 차오르며 가슴이 답답하신 것 같다.

할아버지는 방 한가운데서 죽음과 사투를 벌이시고,

병문안 온 사람들은 마루에 앉아서 살기 위해

밥 숟가락을 뜨고 있다.

밥알이 목에 걸린다.


그래도 할아버지가 나를 알아보시고 내 말도 알아들으신다.

이때가 기회다.

그동안 앞으로 기회가 많이 남아있을 줄 알고

하지 않았던 말을 전해야 한다.

마음이 급해졌다.


"할아버지,

저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저 어릴 때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신다.


돌쟁이 때부터 나를 키워주신 할아버지,

나에게는 든든한 보호자이자 우상인 분.


웅장하고 믿음직스러운 

마을을 지키는 보호수 같던 할아버지가

가녀린 마지막 잎새 같은 모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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