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그래, 고맙다!
학생들 중에는 유독 정이 많은 아이들이 있다.
섬마을 학교에서 근무할 때 내 나이는
학생들의 엄마 또래였다.
그렇다 보니 이 아이들이 내가 무슨 일에 정색을 하기라도 하면,
"선생님, 지금 갱년기라 예민하신 거 아녜요? 우리 엄마도 갱년긴데!"
하며 깔깔대고 놀려대기 일쑤였다.
그러면서 갱년기에는 이것이 좋단다, 저것이 좋단다 하며
훈수를 놓고는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쉬는 시간에 고3 여학생 한 명이
(그 해에 고3 여학생은 단 두 명뿐이었다.)
교무실 내 자리로 쓱 오더니
"오다 주웠어요!" 하며 무슨 즙을 놓고 갔다.
갱년기에 좋다나 뭐라나.
훗! 재미있는 녀석일세.
또 한 번은 고2 남학생이 무언가가 담긴 검정 봉다리를
건넨 적도 있다.
"선생님, 갱년기에는 부추가 좋데요.
우리 집 뒷마당에 있던 거예요."
하면서 말이다.
도대체가 이 아이는 이번이 두 번째 생이라도 된단 말인가?
부추가 갱년기에 좋다는 것을
10대 남학생이 어떻게 알고 있냐는 말이다.
영어 선생님의 갱년기까지 신경 써주던
섬마을 학생들,
사랑받는다는 것을 참 많이 느끼게 해 주었던
고마웠던 아이들이다.
그러고 보니 끝도 없이 많은 업무량에 치어 몸이 힘들기는 했어도
사제지간의 정을 나누고 싶었던 나의 로망이 이루어지긴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