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있잖아요~
섬마을 학교 선생님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었다.
학생들과 자연 속에서 진정한 사제지간의 정을 나누며
...
하지만
실상은 이랬다.
고등학교,
한 학년에 한 반씩,
한 반에 학생수는 학년마다 달랐지만,
모두 10명 내외였다.
각 과목 교사들은 전 학년을 담당해야 했다.
그것도 상대적으로 수업시수가 많은 과목에 한해서였다.
수업시수가 적은 과목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중, 고등학교 학생들을 모두 맡아야 했다.
심지어, 음악 선생님이 미술까지 가르쳐야 했고,
다른 학교에 순회교사로도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학생 수는 도시학교에 비해 매우 적어서
학생 한 명, 한 명과 좀 더 친밀하게 지낼 수는 있었지만,
업무량이 어마어마했다.
한 학년에 한 반씩 밖에 없으니
열심히 수업 준비한 내용을 한 번 사용하면 끝이었다.
수업은 뭐 별거 아니다.
시험문제 출제기간이 되면 주말에 집에 가는 것도 포기하고,
관사에 남아서 시험문제를 출제한 적도 많았다.
고1, 고2, 고3 시험문제를
모두 나 혼자 내야 하는 것이다.
도시 학교에서는 시험문제의 오류를 없애기 위해
교사들끼리 서로 교차검증을 한다.
그러나 고등학교 영어교사는 나 하나뿐이다.
모든 책임은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시험문제는 절대로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출제기간에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정규 교육과정의 수업뿐 아니라 방과 후 수업도
모두 나 혼자 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니 아파서도 안되고,
아플 수도 없었다.
섬마을 학교에서 시간강사나 기간제 교사를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정규수업, 방과 후 수업, 기초학력을 위한 보충수업 등까지
하다 보면, 10교시까지 하는 날도 많았다.
나도 사람이니
매 시간 싱글 생글하게 수업을 하기란 어려웠다.
몹시도 피곤함을 느끼던 어느 10교시,
수업을 들어갔는데 학생들이 피곤에 찌든 내 모습을 보더니
노래 하나를 불러준다.
"써니,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써니,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힘내세요~~!"
"크~~~
이 맛에 내가 산다!"
그립다.
그때 그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