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다!!!

습한 섬마을에서 적응하기.

by 엉클써니

섬마을에 있는 학교 관사에서 살다 보면

온갖 벌레가 난무하는 것은 별로 이상한 일도 아니다.

아마 이때부터 전원주택에 대한 환상이 희미해진 것 같다.


관사는 두 종류였다.

2층으로 된 빌라 형태의 관사가 2동,

단층의 단독 형태의 관사가 몇 채 있었다.

가족단위로 오는 선생님들을 위해 방 2, 3개의 조금 넓은 평형도 있었고,

나처럼 혼자 지내는 선생님들은 1.5룸 형태에서 지냈다.


나는 빌라 형태 관사의 2층을 배정받았는데,

2층보다는 1층이나 단독 형태의 방에 유독 벌레가 많이 출몰했고,

곰팡이도 더 잘 생겼다.

웬만한 벌레들이야 잡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지네는 보기에도 끔찍하고,

알레르기 반응으로 고생할 수도 있기에 골칫거리였다.

어찌 됐건 지네만큼은 만나고 싶지 않았다.


어느 날은 출근길에,

(출근길이라고 해봤자,

관사와 학교 건물은 서로 마주 보고 있었고,

관사에서 나와 몇 걸음만 걸어가면 출근 완료였다.)

한 선생님의 아내분이 새벽에 지네에 물려서

병원에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읍내 병원까지는 교동대교를 건너 한참을 가야 하는데

가는 동안에는 괜찮았는지 걱정이 되었다.

[* 교동도는 원래 강화도 본섬과 배로 왕래하였지만,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되면서 자동차의 출입이 가능해졌다.]


또 내가 근무했던 때는 아니지만

그 이전에 어떤 선생님이 새벽에 지네에 물려서

119까지 출동한 일이 있었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이러한 얘기를 듣다 보니 관사 내에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다들 나름의 묘책을 강구하게 되었다.

나 같은 경우는 계피를 알코올에 담가 두었다가 일주일 정도 후에

스프레이통에 옮겨 담아, 화장실이나 방 구석 구석에 자주 뿌려주곤 했었다.

이 비법? 약물을 대량으로 만들어서 이웃 선생님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그 방법이 통했는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였는지는 모르지만

내 방에는 지네는 물론 다른 벌레들도 눈에 뜨이지 않았다.

물론 나 몰래 기어 다니고 있었는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섬마을에서 벌레 다음으로 경계 대상인 것은 곰팡이였다.


3월에 처음 관사를 배정받고 청소를 하는데

옷장 뒤며 베란다 벽 등에 곰팡이가 집주인인 것 마냥

버젓이 번성 중이었다.

동네 주민들에게 들은 곰팡이 퇴치 비법으로는

제습기 사용하기,

환기를 자주 시키기,

여름 방학 때 장시간 비워둘 경우,

보일러를 30도 이상으로 설정해두고 창문을 살짝 열어둘 것 등등이었다.

어떤 선생님이 여름 방학 후에 관사에 와보니

관사 내에 있던 모든 옷과 신발에 곰팡이가 어찌나 많이 피었는지

대부분 버릴 수밖에 없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덤으로 들었다.


어찌 됐건, 이 섬마을에서 적응하고

잘 살아남으려면 이곳의 생존 방식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이곳은 북한과 매우 가까운 위치이므로

겨울이 매우 길다는 것이다.

낮은 기온과 높은 습도, 그리고 강한 바람이 만나

만들어 낸 추위는 정말 매서웠던 기억이 있다.

5월에도 밤에는 롱 패딩을 입었으니...


그래도 여름에는 좋았다.

이 섬마을은 육지보다 훨씬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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