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by 경완

눈은 어느새

소리 없이 밀도 있게 쌓여

세상 모든 것을

덮어버린다

내 아픔과 불행까지


쌓인 눈 아래

자취를 감춘 불행 위를

나는 꾸둑꾸둑 밟으며

아스라짐을 느낀다


새로 난 길이 생경해서

슬픔이 아스라지는 소리와

새하얀 눈부심에

마음이 뺏긴 채


묵직한 눈길 위에

내가 찍어낸 발자국들을 보며

나는 작은 행복을

기어이 찾아낸다


눈은 소리 없이

내 아픔과 눈물에

스며들어

그렇게 머물다 사라진다


그리고

눈이 가르쳐 준 길을

나는 기억하며

사뿐히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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