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어느새
소리 없이 밀도 있게 쌓여
세상 모든 것을
덮어버린다
내 아픔과 불행까지
쌓인 눈 아래
자취를 감춘 불행 위를
나는 꾸둑꾸둑 밟으며
아스라짐을 느낀다
새로 난 길이 생경해서
슬픔이 아스라지는 소리와
새하얀 눈부심에
마음이 뺏긴 채
묵직한 눈길 위에
내가 찍어낸 발자국들을 보며
나는 작은 행복을
기어이 찾아낸다
눈은 소리 없이
내 아픔과 눈물에
스며들어
그렇게 머물다 사라진다
그리고
눈이 가르쳐 준 길을
나는 기억하며
사뿐히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