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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를 극복한 불안형

불안형 사람의 불안장애 그 이후

by creammeow


한번 우울하기 시작하면 끝없이 우울한 다랄까.

인간의 뇌는 자주 사용하는 부분이 더 강화되게 설계되어 있다.

여러 번 우울함에 빠지기 시작한 뇌는 어떤 일이 생겨도 전보다 쉽사리 우울해지기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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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충분히 회복해 낼 수 있는 나만의 회복 탄력성이 있었지만, 더 이상 나에게 그런 힘은 나오지 않았다. 저항할 힘조차 없이 가만히만 있어도 한없이 끝없는 구멍, 더 깊은 속으로 추락하는 느낌이었다랄까. 온몸으로 전해지는 무기력함.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



불안장애는 우울함과 무기력함만이 아니라, 오감을 잃고 심장만을 느끼게 있게 된 마냥 사람을 미치게 했다.

하루종일 심장이 쿵쾅거려 체력이 고갈되기 일쑤였고, 그 상태에서 생각을 멈추고 싶어 침대에 누워 잠에 들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온 침대 매트리스에 울려 퍼지는 내 심장 소리. 그게 내 몸으로 다시 전해지는 느낌이 사람을 돌아버리게 한다.



불안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밤은 너무도 괴로웠다.



나는 원래 예민하고 쉽게 불안해하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였기에 긍정적인 사고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들의 존재는 내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고, 어떤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러나 해외로 나와 터전과 사람들을 떠나게 되었는데 마치 무인도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안타깝게 좋은 일보다는 안 좋은 일들이 많았고, 내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가는 내 주변의 좋은 사람들보단 내게 우울감과 무력함을 주는 나쁜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들었다. 난 더 무기력해져 갔고, 긍정적인 힘이 어느 날부터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해외로 떠난 이유는 내가 워낙 해외 문화를 좋아했고, 사람을 워낙 좋아해 어느 나라에 가도 좋은 사람들과 잘 어우러 살 것이라는 자신감이었다. 어딜 가도 난 행복하게 살 거라고 굳게 믿었다. 어느 날 난 행복하지 못한 내 모습을 발견했고 그날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정말 과연 행복한가?"


아무리 생각해도 행복하지 않았다...



후회라도 하지 말자 싶어 공부에 매진했고, 남은 것은 좋은 성적뿐이었다.

동양인이라 더 무시하고 쉽게 생각해서 다가오는 사람들 때문에 너무 지칠 때로 지쳤던 것 같다.

모르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믿었던 친구도, 친구의 형제도 친구의 사촌들도 다 그랬다.

한국에선 정말 이런 일이 없었는데...



내 주변 그 좋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한국에선 사람들 덕에 인생이 즐거웠는데, 지구 반대편에선 사람들 때문에 괴로워서 공부만 하고 밖에 나가질 않고 있네... 구석에 앉아 엉엉 울었다.



졸업 후 한국에 돌아와서는 심적으로 너무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미 난 자존감이 너무 바닥을 치게 되었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느낌이었다. 내가 나 자신이 아닌 느낌이었다. 분명 해외를 나가기 전엔 난 주변사람들이 힘들 때 나서는 긍정적이고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그저 구석에서 우울한 채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내가 되어서 돌아온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나는 다시 해외를 나오게 되었고, 불안장애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고치고 싶은 강한 의지가 있던 나는 10번의 세션을 다 하지 않고 심리치료를 끝낼 수 있게 되었다.

불안 장애만 아닐 뿐 나는 매일매일 불안함이 엄습한다.



평생 이렇게 불안한 사람으로 살아야 하나요?라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남들보다 예민하다. 그래도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쉽게 불안하지만, 그만큼 예민하고 감정이 섬세해서 남을 잘 이해해 주는 이해력.

그걸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상처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에게 위로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



결혼 생활을 하며 깨달은 건, 사람에겐 고칠 수 없는 기질과 성격이 있지만

서로가 잘 살기 위해서는 서로가 문제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은 계속 인지하면서 개선해 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바뀔 수 없는 부분이어도 말이다.

왜냐? 내가 애초에 그렇게 태어난 것이니까. 남편 또한 그렇다. 우린 다 다르게 태어났으니까.

게으른 사람은 좀 더 부지런해보려고 노력하고, 쓰레기를 자꾸 두고 며칠, 몇 줄을 둘 정도로 무신경한 사람은 신경을 더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너무 이성적인 사람은 상대방에게 공감을 더 잘해줄 수 있도록 조금 노력해야 하고, 너무 감성적인 사람은 이성적인 사람이 자신만큼 감정적으로 공감해주지 못하더라도 이해해 주고 감정의 폭이 다름을 인정주며 덜 감정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불안형의 사람들. 우리는 늘 쉽게 불안함을 느낄 것이고, 그것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평생, 불안함을 덜 느끼기 위해 우리가 하는 사고방식을 깨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

우리가 꺠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불안함이라는 무한의 굴레에서 평생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슬프게도 그렇다. 어떤 사람들은 불안함이라곤 잘 없을 정도로 무디다. 평상시 생각을 잘 안 해서 신경 쓰고 사는 것도 없고 감정도 둔한 속 편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부러우면서도, 남의 감정의 공감을 잘 못하는 부분을 보면 또 안 부럽기도 하다.



그냥 나는 불안형의 사람이니까, 내가 나를 더 이해하고 덜 불안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나 스스로를 그렇게 받아들이고 사랑해 주기로 했다. 사랑해 주는 사람이 불안하다면, 위로의 말을 먼저 건네지 않을까? 즐거운 영화를 보자고 소파에 끌고 나와 앉히지 않을까?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만들면서 기분이 좀 나아질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불안함을 극복하는 힘은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이 들어, 나를 사랑하는 일에 집중을 하기로 그렇게 마음을 다지게 되었다.



내 불안함은 내가 불안해만 한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난 이렇게 살았으니까 내가 살던 대로 살 거야, 하면 결혼생활도 나아지지 않는다.



남편과 조화롭게 사는 법.

불안형의 나 자신과 조화롭게 사는 법.

이 마음 가짐은 지금 결혼 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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