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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북 Apr 30. 2021

킹덤 작가와 더킹 작가는 같은 장소, 다른 생각을 한다

<디테일 사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김은희 작가가 출연해
김은숙 작가와의 재미난 일화가 밝혀 화제가 되었습니다. 
바로 두 작가님들이 좋은 장소에 갔을 때 떠올린 생각이 극과 극이었기 때문인데요,

이미지 출처 :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장르물과 스릴러물을 주로 쓴 김은희 작가 떠올린 생각은

주인공이 좋은 장소를 가서 키스하는 척을 하다가 인물이 방심한 틈을 타
칼로 상대를 찌르는 것이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반면 로맨틱 코미디를 주로 쓴 김은숙 작가가 떠올린 생각은

주인공이 로맨틱한 장소에 가서 인물의 감정선에 따라 사랑을 나누면 좋겠다는 것이었는데요.


이미지 출처 :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이렇듯 같은 공간이지만 작가마다 자신의 개성 있는 생각을 기반으로 배경 공간을 활용하는데요.
작가님들이 공간을 쓰는 방식을 좀 더 살펴볼까요?
작품을 통해  김은희 작가와 김은숙 작가가 표현한 '낡은 집'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이미지 출처 : tvn '시그널'


김은희 작가의 작품 <시그널>에서의 주인공인 이제훈의 어린 시절 집 안 풍경입니다.

극 중에서 이제훈의 집은 가난했지만 따뜻한 모습인데요.
작은 소도시에서 살았던 이제훈의 형은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억울하게 몰리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진범은 따로 있었습니다.
결국 이제훈의 형은 경찰 조직의 부패와 권력에 대한 탐욕으로 인해 희생당하게 되고,
이 사건으로 인해 단란했던 이제훈의 가족은 해체됩니다.

이미지 출처 : sbs '시크릿 가든'


김은숙 작가의 작품 <시크릿 가든>의 주인공 하지원의 집입니다.

극 중 하지원은 가난한 스턴트우먼으로 소방관이었던 아버지가 화재 사고로 인해 순직되고, 
부모님의 부재로 인해 가난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 작은 집에서 친구와 함께 살며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데요.
극 중 재벌로 나오는 또 다른 주인공인 현빈은 하지원에 대한 호감이 있었지만
그녀의 집을 보며 자신과 얼마나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를 깨닫습니다.

이미지 출처 : sbs '시크릿 가든'


더불어 집은 각각의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주기에도 좋은 장소입니다.
같은 공간이지만 현빈이 꾸민 집과 하지원이 꾸민 집의 공간은 차이를 보입니다.

하지원의 방 풍경의 변화를 눈치채셨나요?
왼쪽의 풍경은 몸이 바뀌기 전 하지원의 방 풍경이고,
오른쪽의 풍경은 현빈의 자신의 취향대로 인테리어 소품을 추가시킨 방입니다.
방의 분위기와 상관없이 현빈이 생각하는 집은 저런 값비싼 샹들리에가 있어야 하며,
연예인 포스터는 맘에 들지 않기 때문에 없앴습니다.
이렇듯 같은 공간이지만 주인공에 성격과 처한 상황에 따라 집은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이렇듯 작가들마다 '낡은 집'을 두고 묘사하는 방식은 재각기 다른데요.
세상에 평범한 인물은 하나도 없듯,
같은 공간처럼 보이더라도 인물에 따라 집 안의 풍경은 달라집니다.


작가를 위한 배경 연출 가이드, <디테일 사전>의 저자 안젤라 애커만과 베카 푸글리시
'낡은 집'에서 벌어질 상황을 오감을 통해 설명합니다. 

풍경
작은방과 낮고 물때로 얼룩진 천장, 때가 낀 창문, 색이 바랜 벽과 부엌 상, 하부장, 완전히 안 닫히는 서랍, 서로 어울리지 않은 가구 배치와 아주 드물게 보이는 장식, 구식 가전 기기 …

소리
얇은 벽을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와 텔레비전 소음, 소리 지르며 싸우는 이웃들, 윙 울리는 오래된 냉장고, 억지로 열자 삐걱거리는 낡은 창문…

냄새
곰팡이, 먼지, 물때에서 나는 녹슨 냄새, 계단참의 소변, 오래된 담배꽁초


퀴퀴한 공기, 저렴하고 만들기 간편한 음식, 담배, 술, 수도꼭지의 물…

촉감과 느낌
무언가의 무게에 휘어지고 비틀린 마룻바닥, 억지로 잡아당기는 꽉 닫혀 열리지 않는 서랍, 탄력을 잃은 소파나 매트리스에 앉을 때 몸이 파묻히는 느낌, 에어컨이 없어 줄줄 흐르는 땀, 가끔 선풍기에서 불어오는 바람, 억지로 미는 잘 열리지 않는 창문…

이렇듯 오감을 통해  다양한 집의 풍경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배경에서 벌어질 만한 갈등의 원인과 배경에서 볼 만한 유형의 사람, 배경과 밀접한 다른 배경까지 담겨있어 장소에 대한 생각을 다각도로 꾸려볼 수 있습니다.
디테일하게 잘 만들어진 공간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인물의 행동을 납득시키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주인공들의 다음 행동이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이 책을 펼쳐주세요!
다음 장면에서 인물들이 펼칠 행동의 실마리를 선보입니다.


이야기를 짜다가 막힌다면? 이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무슨 장소가 나오는지 보자. 그리고 주인공을 그 장소에 보낸다면 어떤 재미난 일이 벌어질 수 있을지 책 내용을 보면서 상상해보자 … 온 세상 곳곳을 책 속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이야기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디테일 사전> 곽재식 추천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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