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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북 May 04. 2021

죽기 전에 남기지 않으면 후회한다는 이것?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



우리의 삶은 태어나서 죽음으로 향하는 여정입니다.
누군가는 짧을 수도, 혹은 길게 느껴질 수도 있죠.
많은 사람들은 '죽음'보다 '삶'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좋은 삶'의 끝에 반드시 '좋은 죽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은 '좋은 죽음'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렇다면 '좋은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에스파냐의 왕 펠리페 2세


#1 첫 번째 죽음_에스파냐의 왕 펠리페 2


-1598년 7월 22왕이 고열을 호소하여 침대로 옮겨드렸다. 의료진을 불러 치유하고자 하였으나 어떤 약도 효험이 없고왕은 침구의 무게조차 고통스러우니 아무도 자신을 만지지 말라 명하였다.

-발병 5일 후왕이 계속해서 전신의 열감과 오한을 호소하신다. 손발의 발진이 극심하게 악화하여 결국 오른쪽 무릎 위의 종기를 마취제의 도움도 없이 절개하다.
 
-발병 10일 후벌어진 상처에서 고름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은 탓에 인위적으로 짜냈는데그 양이 두 그릇 정도나 되었으며 다음날에도 이를 반복하다.
 
-발병 30일 후왕의 배와 관절이 만성 수종으로 퉁퉁 부어오르다엉덩이의 욕창 또한 마구 돋아나다왕은 거의 의식이 없는 것처럼 보이나 불면증에 시달리시며자신의 상태에 공포감을 호소하신다.
 
-발병 36일 후하인들의 손길이 닿거나 몸을 움직일 때마다 왕이 매우 고통스러워하여 왕이 누는 대변을 치우지 못하고 침대 시트조차 갈지 못하고 있다.
 
-발병 43일 후왕이 계속 누운 채로 변을 보시며 이를 치우지 못해 계속해서 스스로 만든 오물 속에 뒹굴고 계시다왕이 냄새와 모욕으로 고통스러워하신다.
 
-발병 53일 후왕이 병을 앓은 지 53일 만에 사망하시다.





#2 두 번째 죽음에드나


Dr. 데이비드의 진료 차트


*환자 나이: 91

*증상왼쪽 팔과 다리에 갑작스러운 마비가쁜 숨을 내쉬며 정신이 흐릿한 증상을 나타냄.

*과거 병력: 50대에 퇴행성 관절염과 갑상선 저하증을 앓음. 60대에는 관상 동맥이 막혀 관상 동맥 우회술을 받음그 뒤 첫 뇌졸중을 겪었으며 이후 혈전 때문에 왼쪽 눈의 시력을 상실함통풍과 류머티스형 관절염도 앓게 됨. 70대에 2형 당뇨병과 만성 신부전 발생고혈압과 동맥 경화가 그 이유로 추정됨. 80대에 장 폐색으로 응급수술을 받음이후 폐렴으로 사망 고비에 이르렀으나무사히 넘김.

*예후환자가 보이는 뇌졸중의 원인은 심장에서 발생한 듯함흉부 엑스레이가 좋지 않다폐렴발병을 예상하고 항생제 투여함.




Dr. 데이비드의 진료 일기


-20xx년 12
에드나가 고통스러워하는데도아들은 계속해서 에드나의 몸에 좋지 않을 거라며 진정제도 넣지 말라고 한다아들에게 소생 시도 포기 계약을 권했으나 절대 받아들이지 않으며 에드나의 죽음을 막게 해달라고 계속해서 애원한다.
에드나는 처음 입원한 후 넉 달이 넘도록 그는 현대 의학이 제공하는 놀라운 기술을 모두 체험 중이다수많은 약을 투여했지만 넉 달이 지난 현재 에드나는 이제 음식물을 섭취하지도 못한다콧구멍을 통해 위에 관을 삽입하여 유동식을 투입받게 했으나 계속해서 흉부 감염이 생겼다결국 위에 구멍을 뚫어 영양 공급을 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20xx년 1
넉 달하고 일주일 만에 에드나가 세상을 떠났다참담한 기분이다에드나가 죽었기 때문이 아니라그녀가 오래 고통을 겪으며 기나긴 죽음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두 죽음 중 어느 죽음이 좀 더 괜찮은’ 죽음일까요?

약 460년 전 의료기술의 부족으로 마지막 날까지 비극을 겪어야 했던 펠리페 2세와 비교했을 때 에드나의 죽음은 좀 더 나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죽기 전까지 오래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는 점에서는 펠리페 2세와 다른 점이 없지요.

그렇다면 좋은 죽음이란 도대체 어떤 걸까요?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이라는 게 과연 존재할까요?



40년간 의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죽음을 지켜본 데이비드 재럿은 말합니다.

 “제 병원에 왔던 환자와 가족들은 거의 대부분이 삶의 마지막이 다다를 때, 혼란스러워하곤 합니다. 그 사람이 생전 부자였건, 가난한 사람이었건, 좋은 사람이었든 나쁜 사람이었든 상관없이 죽음 앞에서는 모두 길을 잃고 말지요.” 
  
그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생전 유언장’을 써볼 것을 권합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노화와 노년을 어떻게 보낼지, 그리고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죠.




데이비드 재럿의 생전 유언장


1. 나는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중재치료나 수술, 연명용 약물은 원하지 않는다.
2. 나는 음식을 삼킬 수 없게 되었을 때 비위관 및 다른 방법으로 물과 영양을 공급받기를 원치 않는다.
3. 암이 재발할 경우, 골수 이식이나 면역 요법을 원하지 않는다.
4. 끝이 눈에 보이면 모르핀을 넉넉하게 투여받고 싶다.
5. 내가 잘못되더라도, 가족들이 의사나 간호사들을 몰아세우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어떻게 죽음을 대해야 할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죽음도 분명 삶의 일부인데 말이죠.
질병부터 노화존엄사와 자살까지 죽음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때 우리에게는 삶을 더 풍요롭게 살아갈 힘이 생깁니다.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이 무엇인지 안다면,
우리의 삶과 죽음이 모두 달라지지 않을까요?



“슬픈 와중에 살짝 미소가 지어진다.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이란 이런 걸까?”
_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 교실 유성호 교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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