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캐* 속눈썹이 더 길다 / 권선애

by 권선애

부캐* 속눈썹이 더 길다


권선애


오른 손금 믿어볼까

왼 손금 믿어볼까

오른쪽의 날들은 출세 선이 선명해

끌려온 실패 앞에서 장지를 치켜든다


내 안에 나를 낳아

한 손에 쥐고 있어

손끝에서 나타나 손끝으로 사라질 때

깜빡인 속눈썹만큼 어둠이 길어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죽었다 깨어나면

용서라는 용서는 모두 다 불러 모아

없어진 내 몸을 향해 심장을 선물한다


한 입으로 두 개의 밤

말끔히 해치운다

네 개의 눈동자는 충혈된 눈빛으로

로그人 나는 누구야 번갈아 로그아웃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되던 말로, 본캐릭터(본캐) 외에 새롭게 만들어 사용하는 부캐릭터를 의미하는 신조어.

ㅡ《오늘의시조》2025 상반기호

ㅡㅡㅡㅡ

ㅡ2013년 《포엠포엠》 시, 2021년 《중앙일보》 중앙신춘시조 당선.

[출처] 부캐* 속눈썹이 더 길다|작성자 어쩌다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탕 뇌가 주렁주렁 / 권선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