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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아 / 권선애

by 권선애

혼아*


권선애



꼬리 세운 바람이 가지 끝에 앉았다

뜨거운 눈을 달고 귀를 여는 솔깃한 봄

혼아*는 입술을 빌려 못다 한 말 부풀린다


단단한 약속들로 눈동자는 커지는데

참다가 터지는 게 요즘은 다반사야

그렇게 눈감는 시간 얼마나 필요할까


색깔을 기억하는 이마에 새긴 꽃잎

시작이 반이라서 겨울 눈 틔는 동안

싹마다 꾹 다문 방은 눈감고도 환해졌다




* 꽃이 될 눈과 잎이 될 눈이 함께 있는 싹눈



ㅡ《좋은시조》2025년 봄호

ㅡㅡㅡㅡ

ㅡ 2021년 《중앙일보》 중앙신춘시조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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