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함의 요일들
권선애
숨고 싶은 요일은 당분간 저 자세다
잠겨 있는 월요일 끝까지 참아보면
고정된 어둠 하나쯤 간결하게 일어선다
욱하는 화요일에 고개마저 풀어질 때
쓸모가 손에 잡혀 사무적인 얼굴들
한 바퀴 더 돌릴 때는 바깥의 꿈 헛돈다
수요일의 사물은 목요일까지 슬픈데
기울어진 금요일이 절반을 건너는 동안
아직도 맨 위 칸에 있는 사직서가 무사하다
굳게 닫힌 토요일엔 비밀이 가득해서
발설하는 입에는 두꺼운 문을 단다
두 다리 쭉 뻗고 자도 일요일에 넘어진다
ㅡ《좋은시조》2025년 봄호
ㅡㅡㅡㅡ
ㅡ2013년 《포엠포엠》 시 등단, 2021년 《중앙일보》 중앙신춘시조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