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삶이 영감이 되는 한 쌍
“넌 나와 함께 자신의 생활을 즐겁게 책임지려는 ‘생활동반자’ 같아.” 이 말은 제가 한 달 전 친구 E에게 편지에 썼던 말입니다. 네, 저에게는 ‘생활증진동반자’가 있습니다. 앞집에 사는 것도, 동거인도 아닌 친구 E는 올해로 안 지 10년 차가 된 고향의 고등학교 친구입니다.
사실 E는 가장 자주 만나는 친구는 아닙니다. 가장 가까이 사는 친구도 아니고, 가장 오래된 친구도 아닙니다. 심지어 비슷한 일을 하지도 않고, 생활 패턴도 정반대지요. 하지만 누구보다 제 생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누구보다 나의 하루를 잘 알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그래서 제게 무엇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아는 친구죠.
‘생활증진동반자’라는 말은 저와 E의 관계를 묘사하기 위해 만든 단어입니다. 말 그대로 서로의 생활을 증진시키며 함께 걸어가는 사람입니다. 저와 E 모두 현재 몸 담고 있는 전공이나 직업에 관한 커리어와는 별개로, 어떻게 하루를 일상을 먼 인생을 나답게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며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시도해 보는 사람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더 중요한 가치를 모색하고, 그것을 일상의 소소한 카테고리에서 직접 실천해 보며 몸으로 익혀 보는 걸 즐기는 사람, 그게 저와 E이죠.
그런 즐거운 고민과 도전의 여정을 우리는 모두 각자 글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라이프마인드>를 연재하면서, E는 자신의 블로그에 하나의 키워드를 정해 자신의 경험과 느낀 점을 기록하는 <하나글쓰기>를 쓰면서요. 약속한 것도 아닌데 각자의 관심사와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개성으로 글을 써 왔더군요. 서로의 일상에 좋은 영감을 주는 부분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서로의 글에 서로의 이름이 자주 등장합니다. 제 글에는 E, E의 글에는 ‘소 씨’로요. E의 글에서 저를 발견할 때마다 뿌듯한 동시에, 제 글에도 새삼 E가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 체감하곤 합니다.
그런 저와 E를 보며, ‘생활증진동반자’의 조건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3가지 키워드를 도출해 보았습니다. 먼저 ‘공유’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일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가 지금 인생의 어느 단계에 있는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 서로의 주위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사는 곳은 어떤지, 가정 상태가 어떤지, 최근엔 무엇을 새롭게 시도했는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고 있지요. 카톡을 하거나 직접 만날 때마다 생활의 일거수일투족을 수시로 업데이트합니다. 심지어는 별일 없던 하루에도 ‘오늘 OO 했음’ 하는 식으로 사진을 보내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럴 수 있는 것은 서로에게 무척 솔직하고 스스럼없기 때문입니다. 부끄러운 것을 감추거나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하여 생략하는 일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흔쾌히 공유하거나 가장 먼저 물어다 줄 수 있습니다. E는 김치나 홍시 같은 반찬과 과일을 가져다주거나, 저는 책을 빌려 주는 식이지요. 버스로 30분 거리에 살아서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당장 빌리러 가거나, 인력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또한 현실적인 부분에 약한 저를 위해 E는 청약 및 대출 정보, 취업 지원, 채용 공고 등을 수시로 보내주고, 저는 자기계발 영상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좋은 부분이 있으면 E에게 공유하거나 추천해 주곤 합니다.
두 번째는 ‘응원’입니다. 우리는 서로가 하는 것에 관심이 많고, 진심으로 즐거워하며 명실상부 1호 팬이 되어 줍니다. 저는 E의 <하나글쓰기>가 업로드되는 날을 목매어 기다리고, E는 제가 업로드하는 <라이프마인드>의 모든 글에 좋아요와 댓글을 달아 줍니다. 또 저는 E가 소설을 써 보거나 글쓰기 모임에 가는 걸 응원하고, E는 ‘네가 이 패키지를 디자인하면, 하나도 버리지 않고 집에 전시해서 ‘소원 존’을 만들 거야’하는 황송한 응원으로 디자이너로서의 저의 길을 응원해 줍니다.
세 번째는 ‘책임’입니다. 각자 스스로의 삶에 책임감을 가지는 것입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알아서 자신의 일상을 더 즐겁고 더 쾌적하고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시도합니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해 보기도 하고, 이렇게 글쓰기 프로젝트를 도전해 보기도 하고, 환경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경각심을 갖기도 하고, 직접 옷을 리폼해 입어 보고, 집에서 빵을 구워 보기도 하지요. 자신의 일상에 호기심을 반짝이며 여러 가지를 도전해 보고 시행착오해 보는 일. 이것은 스스로의 삶을 잘 이끌어 가고자 하는 책임에서 비롯되는 일입니다. 서로가 이미 자신의 삶을 굳건히 지탱하고 있기에, 서로의 일상에서 건강한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순수하게 서로가 애틋하고 감사하고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 그 마음 덕분에 우리는 많은 것을 서로에게 물어다 주고, 흔쾌히 수고를 무릅쓰고, 각종 즐거운 일을 함께 도모합니다. 잘 됐으면 하는 사람, 잘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과 함께 걸어가는 삶은 든든합니다.
저와 E는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만으로 자연스레 서로의 생활에 좋은 영감을 주고 있는 ‘생활증진동반자’입니다. 곁에서 각자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 나의 일상이 한결 풍요로워지는 걸 느끼게 하는, 그런 친구가 있나요? 혹은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주고 있나요?
주변을 둘러보세요. 이미 오래 알고 지낸 친구와도, 오늘부터 ‘생활증진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나다운 중심을 지키는 오늘의 질서가 되어 줍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과 교훈, 생활의 규칙과 태도 등 삶을 더욱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 함께 나다운 기본을 찾아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