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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을 최선만큼 즐깁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by 위시

돈을 절약하고자 하면 일상의 많은 영역에서 타협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하고 싶은 대로만 한다면 그만큼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형편이 좋지 않을 때 최선이 아닌 늘 차선, 차차선을 택하게 됩니다.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등을 포기하면서요. 저도 지금 월세와 공과금을 제외한 한 달 생활비를 2-30만 원 선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상황인지라 포기한 것들이 많습니다. 혼자 외식하는 것도 포기하고, 그토록 좋아하는 카페도 가지 않고, PT나 필라테스를 배우고 싶지만 아직은 다닐 수 없지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자신의 형편껏 일상 속에서 많은 부분을 타협하며 지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때로는 비참한 기분도 들지요.


하지만 저는 제가 고른 차선을 더 포용하고 그것만의 즐거움을 찾고 있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고전적인 말도 있으니까요. 저의 경우 식비를 아끼기 위해 외식을 하지 않고 모든 끼니를 직접 만들어 먹습니다. 그토록 좋아하는 마라탕도 먹지 못하고, 귀찮음을 무릅쓰고 매번 장을 봐야 하는 등 포기해야 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무척 비참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직접 만들어 먹는 데에서 오는 또 다른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든 거라 조금 어설퍼도 맛있게 느껴지고, 점점 요리 실력이 느는 것을 느낄 때마다 뿌듯하고, 내 일상을 스스로 잘 책임지고 있다는 보람도 들고, 심지어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식비로 몇 끼를 뽑을 수 있을까?”하고 창의적인 고민을 하는 순간에는 신이 납니다.


또한 저는 카페를 공간의 미학과 맛으로 가는 사람이기에, 일반 프랜차이즈나 저렴한 곳을 가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5,500원짜리 라떼를 2,500원짜리 라떼로 타협하기는 어려워, 자연스레 가는 빈도를 줄였습니다. 하지만 “카페를 갈 수 없다면 집을 카페로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커피 원두나 티백을 사용해 직접 내려 마시고 있습니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집을 카페 못지않게 예쁘게 꾸며 놓은 덕에, 직접 내린 음료 하나와 마음에 드는 플레이리스트 하나면 순식간에 근사한 카페가 됩니다. 물론 도저히 집에서 하면 의욕이 생기지 않는 업무가 있을 때는, 한 번씩 참지 못하고 카페로 달려가곤 하지만요.


운동에 있어서도 PT나 필라테스를 직접 배우러 갈 수 없기 때문에, 아쉬운 대로 집에서 매트를 깔고 홈트를 합니다. 요즘은 유튜브에도 뛰어난 운동 크리에이터 분들이 많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그들을 따라 즐겁게 운동할 수 있습니다. PT나 필라테스를 마음껏 즐기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도 들지만 그때마다 “집에서 해도 건강해질 수 있지!”하는 오기로 제 나름의 운동 루틴을 즐기고 있습니다. 곧 날이 풀리면 집 앞이 경의선 숲길이라는 메리트를 이용해 조깅을 시작해 봐도 좋겠지요.


이외에도 읽고 싶은 책은 왕복 5-60분을 걸어 학교 도서관이나 지역 구립 도서관에 가서 빌려 읽습니다. 물론 인기 많은 책은 죄다 예약 중이라 매번 기다려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서를 포기하진 않습니다. 또한 책 소개나 오디오북 유튜버도 많기에, 영상으로 책의 핵심 인사이트를 습득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아서 <KELLY CHOI>와 <MKTV 김미경TV>에서 추천하는 책들을 영상으로 유익하게 보고 있습니다.


재정이 열악한 형편이 이어지면서 저는 차선을 즐기는 달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보편적인 차선이 아니라,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창의적으로 모색한 차선을 만들고 즐기고 있지요. 하지만 문득 이런 의문이 듭니다. “이게 정말 차선일까?” 우리가 타협했다는 사실에 집중하느라 간과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형편상 어떤 것을 포기하고 차선을 선택했을지라도, 그것이 무조건 덜 좋은 선택이란 법은 없다는 것을요. 오히려 지금 처한 상황에서 내가 해 보기로 다짐한 '최선'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살다 보면 우여곡절이 있고, 돈이 들어오는 시기가 있으면 또 없는 시기에 맞닥뜨리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어느 한 선택만을 최선이라 고집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에 집중하는 것보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서 최선을 찾고 거기에서 얻어지는 다른 모양의 즐거움을 찾아보도록 합시다. 어쩌면 의외의 흥미와 새로운 습관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내가 만들고, 또 즐기는 지금의 선택이 최선입니다. 어느 상황에 있어도 지금 내가 찾을 수 있고 만들어 갈 수 있는 즐거움을 모색해 봅시다. 하루하루 나에게 주어진 다양한 차선을 최선으로 만들어 갈 준비가 되었나요?

홈카페도 되고 식당도 되는 나의 방



<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나다운 중심을 지키는 오늘의 질서가 되어 줍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과 교훈, 생활의 규칙과 태도 등 삶을 더욱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 함께 나다운 기본을 찾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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