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이 단정한 사람
벌써 몇 달도 더 된 일이지만, 눈썹이 참 단정하고 아름다웠던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연희동의 한 편집숍을 운영하는, 공간의 분위기와 한 몸이 된 듯 부드럽고 산뜻한 인상의 사장님입니다. 그 인상에는 편안한 실루엣의 흰 원피스와 나긋나긋한 목소리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었던 것은 눈썹이었습니다.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짧은 대화를 나누는 내내 저의 시선은 그녀의 눈썹에 가 있었습니다. 깔끔하고 단정한 모양으로 다듬어진 눈썹이 얼굴의 이목구비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인상을 확 밝혀 주고 있었지요. “이 단정하고 편안한 외모의 코어는, 다름 아닌 이 눈썹에서 나오는구나!”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그녀의 눈썹이 그 이후로도 계속 잔상에 남아, 어느덧 저에게는 ‘얼굴에서 신경을 쓴다면, 가장 먼저 눈썹’이라는 공식이 생겼습니다. 저는 평소 약속을 나가지 않을 때는 화장을 자주 하지 않습니다. 선크림에 립스틱만 바르곤 하는데, 그 이후로는 한 단계가 더 생겨 눈썹도 잘 그리고 나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숙원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단지 눈썹 사이의 빈 곳을 메워 그리는 것을 넘어 눈썹의 모양을 이목구비와 더 조화를 이루는 모양으로 다듬고 싶다는 것이었지요. 저는 눈썹이 두꺼울 뿐 아니라 숱도 많고 눈 사이의 거리도 짧아 T존의 인상이 강한 편입니다. 그 때문에 눈 주위에 그늘이 지기 쉽고 답답해 보이는 편이지요. 이 단점을 보완하고 좀 더 부드러운 인상을 주기 위해 눈썹을 얇은 아치형으로 다듬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평소처럼 선크림만 바르고 나가려다 그날따라 눈썹이 눈에 띄었습니다. 미루고 미뤄왔지만, 왠지 ‘오늘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그 길로 눈썹칼을 대고 조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잘못 깎아서 민둥성이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에 그동안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부분까지 과감하게 다듬어 보았습니다. 우려와는 달리 눈썹은 점점 제가 원하는 모양대로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그렇게 완성되고 거울을 보니, 인상이 눈에 띄게 선해지고 낯빛이 훨씬 밝아져 보였습니다. 여느 때처럼 쌩얼로 외출을 했는데도, 더욱 자신감 있게 거리를 걸어 다닐 수 있었지요.
이목구비는 얼굴의 핵심요소로서 우리의 인상을 크게 좌우합니다. 인상을 바꾸기 위해 눈, 코, 입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지요. 하지만 가장 돈과 수고를 들이지 않고 바꿀 수 있는 것이 눈썹입니다. 성형수술이나 뷰티 시술로 모양을 고쳐 잡지 않아도, 매일 눈썹칼로 스스로 정돈할 수 있습니다. 수고를 덜기 위해 눈썹 문신을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매일 아침 직접 손으로 눈썹을 정돈하는 감각이 나의 모습을 단정하게 가꾸는 마음가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목구비와 얼굴형 등이 흔히 일컫는 미의 기준에 달하지 않다고 해도, 눈썹이 가지런하고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는 사람은 우아하고 세련되어 보입니다. 반면 눈썹이 지저분하면 아무리 예쁘게 화장을 해도 인상 자체가 지저분해 보이기 마련입니다. 눈썹은 얼굴의 요소 중 작은 일부일지 모르지만, 그 작은 것을 단정하게 다듬는 것만으로 우리의 인상은 몰라보게 아름다워집니다. 또한 마음 가는 대로 모양을 내는 것이 아닌 눈과 얼굴형과의 조화를 생각하며 가장 어울리도록 다듬게 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얼굴 전체를 들여다보게 되고 그러면서 나의 얼굴에 더욱 애정을 갖게 됩니다.
좋은 인상을 풍기고 싶다면, 화장을 더는 대신 눈썹에 주의를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 사소한 것이 단정한 사람일수록,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의 일상도 단정해 보이는 법입니다.
<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나다운 중심을 지키는 오늘의 질서가 되어 줍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과 교훈, 생활의 규칙과 태도 등 삶을 더욱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 함께 나다운 기본을 찾아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