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딱 좋은 생활의 활력
언젠가부터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느꼈던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활력이었지요.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뛰어드는, 에너제틱한 감각을 잃어버렸다고 할까요. 그럴 때면 종종 중학교 시절을 생각합니다. 딱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저는 용수철 같은 아이였습니다. 몸이 근질거리면 새벽 6시에라도 천변으로 뛰쳐나가 농구를 할 줄 알고, 밤낮 가리지 않고 미친 듯이 몰입해서 피아노 앞에 앉아 있곤 했지요.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곧바로 자리를 털고 뛰쳐나갈 수 있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저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할 때마다, 저는 이것이 체력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운동을 하면 나아질 문제라고요. 그래서 하루에 30분씩 홈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 기운이 솟고 뿌듯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왠지 제가 되찾고 싶어 하는 10년 전의 그 감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어쩌면 체력과 활력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의문을 품은 것은 요 며칠 매일 1시간씩 가벼운 조깅을 곁들인 산책을 하면서였습니다. 조깅을 하기 시작한 건 날이 풀린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기계발에 진심인 외국 언니들의 브이로그를 보며 가볍게 아침 조깅을 즐기는 습관을 흉내 내보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원래는 산책을 좋아해서 작년 봄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경의선 숲길을 걸었지만, 이번에는 산책 도중에 1~2분 정도의 조깅을 곁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앗,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너무 부리지 않았다고요?
낮에 조깅을 고작 한 스푼 첨가한 산책을 1시간씩 즐기기를 반복한 요 며칠, 저는 미약하게나마 그리워하던 그때의 감각을 다시 느끼게 된 것 같다는 반가운 기분에 휩싸였습니다. 집에서 홈트를 하고 났을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에너지로 몸이 채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요. 금방 몸을 일으키고 팔다리를 씩씩하게 뻗어 잡일들을 해치울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고, 조금 더 시간을 꽉꽉 눌러 효율적이고 부지런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의욕도 늘었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타지 않아 녹슬어 있었는데 때를 벗기고 윤활제를 발라 다시 쌩쌩 굴러가게 된 자전거가 된 듯한 느낌일까요.
그래서 깨달았습니다. 조깅을 하고 오면 10년 전과 같은 활력을 느낄 수 있는 원리를요. 바로 ‘뛰어나가는 감각’을 몸이 다시 기억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 계속 달리고 있지 않아도, 방금 전까지 산책로를 종종걸음으로 뛰었던 감각을 몸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한 시간 전, 몇 시간 전 전신에 돌았던 활력을 머릿속에서 계속 모방하는 것이지요. 조깅을 할 때 느낄 수 있는 ‘어떤 방향을 향해 뛰어나가는 감각’은 근력운동을 할 때 느낄 수 있는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감각’과는 다른 모양의 활력입니다. 중학교 시절 저를 흥미로운 것에 곧장 뛰어들게 했던 활력은 조깅을 할 때 느낄 수 있는 그것과 더 비슷한 것이죠. 근력운동이 ‘지치지 않는 활력’이라면, 조깅은 ‘달려 나가는 활력’인 것입니다.
그래서 1시간 내내 뛸 필요 없이 몇 분씩 띄엄띄엄 뛰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몸은 그 감각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날 하루동안 우리의 몸에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충분합니다. 물론 조깅을 하는 이유가 체력 증진을 위해서라면 더 많이 뛰어야 하겠지만요. 하지만 체력과 근육을 키우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저처럼 어린 시절 느꼈던 활력을 되찾고 싶어 고민이었다면 하루 1시간씩 조깅을 곁들인 산책으로도 좋을 것입니다. 또 이 정도의 가벼운 활력은 하루 단위를 충실히 영위하기 딱 좋은 ‘생활의 활력’일지도 모르겠어요. 단지 뛰어나가는 감각뿐 아니라 걸음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주변의 풍경이 주는 운동감도 있기에, 산책만 해도 몸의 에너지를 환기시켜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머릿속에 그 다채롭게 바뀌던 풍경의 잔상이 잠에 들 때까지 무의식적으로 남아있을 테니까요.
활기찬 몸짓으로 어딘가로 뛰어들 줄 아는 감각. 이것이야말로 지금 취준의 시기에 잃어서는 안 될 소중한 활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긴 기다림을 견디면서도 고여 있다는 기분이 아닌, 매일 마주하는 풍경이 달라진다는 다채로운 감각과 함께 이 혹독한 취준을 견뎌볼까 합니다. 이제 바라던 중학교 시절의 저를 되찾았으니까요!
ps. 매일 한 시간씩 조깅이 주는 이점 또 하나! 바로 고양이를 마주칠 수 있답니다.
<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나다운 중심을 지키는 오늘의 질서가 되어 줍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과 교훈, 생활의 규칙과 태도 등 삶을 더욱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 함께 나다운 기본을 찾아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