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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긍정적인 감정을 느낍니다

<더 해빙>을 실천했더니

by 위시

처음 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의식하게 된 계기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돈, 돈, 돈>을 보면서였습니다. 거기서 이런 말이 등장합니다. “돈에 대해 계속 두려워만 한다면 돈을 다루는 방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따를 것입니다. 돈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풍족하고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면 삶에 돈이 등장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거예요”. 이 말을 듣고 전 머리를 한 대 얻어맞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돈을 두려워하는 사람’, 그게 당시의 제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 모르는 새에 부모님이 내 명의로 든 대출, 학생인 탓에 무수입… 돈에 대해 생각만 하면 가슴이 옥죄고 사회가 무섭게만 느껴졌습니다. 돈과 관련된 모든 행위가 부담스러웠지요. 돈은 내 일상을 파괴하는 것, 나를 못살게 구는 것이라는 믿음이 제 안에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때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돈에 대해 은연중에 가지고 있던 나의 감정을 살펴볼 수 있었고, 돈에 대한 마인드를 송두리째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돈은 내 삶을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지탱해 주는 조력자이자 내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도구라고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트에서 우유와 생리대를 샀던 날이었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매달 지출해야 하는 생리대값, 작년보다 오른 우유값에 심기가 불편한 상태로 계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 문득 생각을 바꿔보았습니다. “그래도 생리대와 우유를 살 수 있는 돈이 지금 있는 게 어디야. 아직 그만한 잔고는 남아 있다는 거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풍족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무렵이었을까요. <더 해빙>이라는 책을 발견한 것은. 어느 유튜버의 추천으로 우연히 발견해 읽기 시작한 그 책이야말로 딱 그런 메시지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돈을 쓰는 순간, 소비를 할 수 있는 돈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고 그 기쁨을 온전히 느끼라는 내용이었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지고 있음’을 느끼고 돈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이전에 봤던 다큐멘터리를 통해 돈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에, 책에서 말하는 Having을 실천해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마다 오늘 이 라떼 한 잔을 음미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들고, 새 출근을 위해 적당히 단정한 옷을 한 벌 구매할 수 있는 돈이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의식적으로 내 시야에 담기는 반경을 둘러보며, 내가 지금 이런 물건들을 가지고 있다는 풍족함을 느꼈지요.


그렇게 2~3주가 지나고, 정말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누군가는 우연의 일치라고 말할지도 모르지요. Having을 실천한 3주 동안 제게는 이상하리만큼 계속 돈이 들어오고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당시 적금을 제외한 여분의 저축 계좌의 잔고가 거의 바닥난 상태였는데 지금은 270만 원이 들어 있습니다. 먼저 대학 졸업을 축하한다며 부모님의 지인들로부터 10~20만 원 선의 용돈이 여러 차례 들어왔고, 미뤄졌던 에디터 외주 급여 100만 원 정도가 한꺼번에 들어왔고, 정부의 월세 지원금이 또 한 차례 들어왔습니다. 그뿐일까요. 에디터로 취재하면서 알게 된 브랜드로부터 입사 스카우트 제안이 2개나 들어와, 졸업과 동시에 취준의 시기를 거치지도 않고 프리패스로 어디에 입사하면 좋을지 행복한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단순히 돈이 들어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가는 돈을 줄여주기도 했습니다. 돈이 조금 생겼으니 그동안 사는 걸 미뤘던 볼펜을 드디어 사야겠다는 마음으로 교보문고에 들렀는데, 포인트가 넉넉히 쌓여 0원으로 결제할 수 있다는 말에 속으로 탄성을 질렀습니다. 입사를 앞두고 회사에서 쓸 스케줄러도 함께 골랐는데 그 제품은 마침 20%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서 2천 원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지요. 그다음 날에는 친구가 지인으로부터 전시회 티켓을 받았다고 하여 원래는 2만 원 가격의 전시를 공짜로 볼 수 있었고, 오랜만에 책을 사려고 바로드림 결제를 하려는데 마침 네이버페이에 넉넉한 잔고가 있어 카드를 긁지 않고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스킨, 화장품, 바디워시 등의 케어 생필품이 한꺼번에 떨어져 곤란하던 요즘이었는데, 때마침 올리브영 세일이 시작되어 어제 즐거운 쇼핑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누군가는 코웃음 칠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처음엔 저자의 사례들을 읽으며 ‘말이 돼?’ 하며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행운이 직접 찾아올 때마다 저자가 '것 봐' 하고 비웃고 지나가는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돈이야 있을 때가 있으면 없을 때도 있기 마련이니 이 굴곡은 앞으로도 이어지겠지만, 저는 계속 이 효과를 믿어보고 싶습니다. 돈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나 더 잘 되길 바라는 친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기도 하면서요. 중요한 것은 돈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입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느끼는 것. 오늘부터 실천해 보면 어떨까요?





<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나다운 중심을 지키는 오늘의 질서가 되어 줍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과 교훈, 생활의 규칙과 태도 등 삶을 더욱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 함께 나다운 기본을 찾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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