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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 May 23. 2023

먹기 전에 영양성분표를 봅니다

알고 보면 흥미로운 정보가 가득합니다

별 것도 아닌데 고집을 부리고 마는 영역이 사람마다 하나씩 있습니다. 그동안 저에게 있어서는 ‘절대 제로콜라를 고르지 않을 것’이었는데요. 친구들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다들 제로콜라를 주문할 때에도 저만큼은 꿋꿋이 그냥 콜라를 외치곤 했습니다. 살 빼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난 본연의 맛을 만끽할 거야! 하는 반항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비단 콜라뿐아니라, 뭔가를 먹을 때 가격 때문에 타협하는 일은 있어도 칼로리가 높아서 물러난 적은 좀처럼 없습니다. 다이어트에 간절하지 않다는 것, 그것이 저의 자부심이자 일상에서 누릴 자격이 있는 작은 사치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새로운 습관이 생겼습니다. 음식을 먹거나 사기 전에 뒷면을 한번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영양성분표‘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칼로리도 보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영양성분표를 세세히 따지게 되었다니요.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든 걸까요! 가장 시초의 변화는 헬스를 시작하면서였습니다. 근육을 기르기 위해 탄단지 균형을 맞추고 싶어 자연스레 단백질 성분이 높은 제품을 찾게 되고, 그렇다 보니 건강하게 먹는 것 자체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제가 먹는 것들을 일일이 의식하게 되었지요. ‘여기엔 탄수화물이 이 정도나 들어가 있네’, ‘지방이 9g이나 되는데 단백질은 2g밖에 안 된다고?’하는 다소 깐깐한 소리도 해가면서, 제가 늘 별생각 없이 먹어 왔던 음식들을 어느 순간부터 다르게 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음식을 마주하면 뒷면부터 봅니다. 아주 사소한 간식일지라도요. 회사 탕비실에서 낱개로 집어 온 간식, 오늘 아침에 먹은 채소, 과자와 우유까지. 뒷면에 영양성분표가 나와 있지 않을 경우엔 인터넷 검색창에 ‘OOO 영양성분’을 검색해보기도 합니다. 콘푸로스트 영양성분, 제주한라봉크런치 영양성분, 단호박 영양성분... 그러다 보니 그동안 나에게 별 말을 하는 것 같지 않던 음식들도 무척 새롭게 다가옵니다. 얼마 전엔 사이다 캔의 뒷면을 보다가 당류가 20g이나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겁을 하며 도로 내려놓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당류의 하루 권장량은 25g이라고 합니다. 한 캔 마시는 순간, 그날에 적합한 양의 당은 다 섭취해 버리는 셈이지요. 뿐만 아니라 호기심에 카페 음료들의 칼로리와 당류를 검색해 보고는, 그 이후부터 아무 거나 주문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는 다소 씁쓸한 사연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제가 그랬듯 작은 글씨로 빼곡히 적혀 있는 제품 뒷면의 정보들을 일일이 확인하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주의 깊게 살펴본다고 해도 칼로리 정도이겠지요. 하지만 건강한 식사를 위해 오늘 하루 내게 필요한 적당량의 성분들을 알고 또 그에 맞춰 식사를 꾸리는 재미를 들이기 시작한다면 늘 무심하게 지나치기 일쑤던 지루한 영양성분표가 어느 순간부터 흥미로운 정보로 가득한 매력적인 화면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근래에는 우스갯소리로 ‘영양성분표를 보기 시작했더니 먹을 게 없어!’라는 한탄도 종종 하곤 하는데요. 물론 매 순간 영양성분표를 대조해 가며 먹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고행을 해야 한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넘쳐나고, 그것들을 탐닉하는 것도 인생의 소중한 행복이니까요. 하지만 무심코 손을 뻗기 전, 내 몸에 들일 것에 대해 한 번쯤 주의를 기울여 보는 것, 이왕이면 조금 더 건강한 성분으로 이루어진 제품을 고르는 것은 일상을 위한 중요한 의식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생활 중 하나인 식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작은 습관이 될 테니까요. 한층 건강해지는 것은 덤이고요. 또 그렇게 영양성분표를 비교해 보며 마침내 고른 음식 또는 간식이, 나의 취향을 새롭게 발견해 줄 별미로 자리 잡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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