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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 May 30. 2023

아침엔 가장 먼저 이것을 합니다

오늘의 냄새는 무엇인가요?

 여름입니다.  계절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올 때마다 누구보다 일찍 알아차리는 편입니다. 요령이라 함은, 나뭇잎의 빛깔이 달라져서, 살갗에 닿는 공기의 온도가 달라져서도 아닙니다. 냄새, 집을 나서자마자  끼치는 오늘의 냄새가 미묘하게 달라져 있기 때문입니다.  계절이 바뀐다 싶을 때쯤이면 매일같이 온도를 체크하듯 냄새를 확인합니다. 어디까지 왔나. 오늘은 얼마큼 왔나, 하고요. 그러다 ", 여름이다" 탄성처럼 속삭이는  순간이 몹시 기쁩니다.


계절마다 공기에서 나는 냄새가 다르다고 하면 공감하는 친구도 있고 심드렁한 친구도 있습니다만, 어쨌거나 계절의 냄새가 존재하고 또 나름대로 향긋하다는 점은 많이들 공감해 주는 듯합니다. 하지만 한 계절을 지나는 와중에도 매일매일 미묘하게 공기의 냄새가 다르다는 것도 알고 계신가요? 저는 매일 아침 일어나서 가장 먼저 창문을 열고, 바깥으로 고개를 빼꼼 내밉니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어 봅니다. 그렇게 세 번. 꼭 세 차례를 채웁니다. 오늘의 냄새를 만끽하는 작은 의식입니다. 향긋한 오늘의 냄새가 훅 들어와 몽롱한 의식을 깨우면, 다시 기운내고 새로운 오늘을 지내보자는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젖히면 날씨가 맑을 때도 있고 흐릴 때도 있습니다. 해가 쨍쨍하면 기분이 좋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 기분이 가라앉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숨을 들이켜 냄새를 맡는 순간, 맑으면 맑은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각기 다른 향을 품은 자연의 생명력이 훅 끼쳐옵니다. 날마다 공기와 흙과 대지의 향이 다른 비율과 배합으로 한껏 어우러져 다채로운 향으로 유혹해 와, 방금 전의 꿀꿀함 따윈 가뿐히 날아가 버립니다. 마치 자연에도 탑노트, 미들노트, 베이스노트가 있는 듯해, 날짜를 새기면 매일매일 오늘의 향수 에디션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아침에 가능한 한 다양한 감각을 느끼는 일은 유용합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감각이 결여된 채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얼굴에 물을 끼얹으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무겁던 눈꺼풀이 가볍게 떠지는 경험을 한 적 있을 것입니다. 촉각이 자극되었기 때문인데요. 알람이 울렸을 땐 청각을 자극했을 것입니다. 좀 더 감미로운 자극을 원하는 사람은 일어나자마자 아침을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했을지도 모르고요. 그렇다면 더 나아가 후각을 자극할 차례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환기를 할 겸 창문을 열 때, 5초 정도 멈춰서 숨을 세 번 크게 골라봅시다. 산뜻하고 싱그러운, 동시에 맹렬한 생명력을 가진 자연과 거리의 냄새가 훅 나를 떠밀어 줄 것입니다. 보다 새로워진, 깨끗하게 리셋된 귀한 오늘로요.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창문을 열고 숨을 골라봅시다.



<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나다운 중심을 지키는 오늘의 질서가 되어 줍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과 교훈, 생활의 규칙과 태도 등 삶을 더욱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 함께 나다운 기본을 찾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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