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온몸이 망가져 있었습니다
요즘 제 일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한 번 알게 된 이상 그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이런 말을 자주 하게 된 며칠이었는데요. 잘 때도 앉을 때도 걸을 때도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시작은 저저번 주에 어깨와 무릎이 아파 정형외과를 찾은 일이 계기였습니다. 왼쪽 무릎은 원래부터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고 어깨는 잘못된 자세로 기구 운동을 하다 다친 것뿐이었기에, 여느 때처럼 간단히 물리치료나 받고 나올 것을 예상하고 가볍게 내원했습니다. 하지만 엑스레이를 전체적으로 다 찍어본 결과, 제 몸은 상상 이상으로 모든 곳이 망가져 있었습니다. 목, 어깨, 골반, 무릎, 다리까지 정상인 곳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여러 문제들 가운데서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목이 일자목을 넘어 역c자가 된 것과, 알고 보니 제가 맞춤깔창이 필요할 정도의 유연성 평발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디스크라는 말까지 들었지요. 그렇게 같이 내원했던 회사 동료와 비슷한 목 진단을 받고 함께 나란히 도수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요즘입니다. 두 사람 다 예상치 못했던 진료비에 생활은 빠듯해졌지만,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그 뒤로 저의 일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무지성으로 앉고 서 왔는지 후회 어린 한탄을 한 차례 한 뒤에, 이제부터라도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자 노력을 기울이는 중입니다. 자세 교정은 물론 효과적인 스트레칭도 여러 가지 배우고 있고, 무엇보다 호흡법이나 근육을 쓰는 법까지 조금 더 바른 몸을 만들어가기 위한 신체적, 정보적 지혜들을 새롭게 얻고 있지요. 특히 저의 몸상태를 PT쌤에게 말씀드려 역c자 목에 좋은 폼롤러 스트레칭법이나 전방경사에 좋은 운동, 평발에 맞는 스쿼트 자세 등 맞춤형 코치를 받고 있습니다. 자고 앉고 서고 걷는 모든 동작에서 바른 자세를 신경 쓰는 것은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닙니다. 왜 몸에 좋은 자세는 불편하기만 한 건지요! 하지만 병원에서 보았던 엑스레이 사진을 다시금 떠올리며 마음을 바로잡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일로 나비효과를 실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가끔은 문득 아찔해집니다. “만약 운동하다 어깨를 다치지 않아서, 정형외과를 갈 일이 없었다면 앞으로 또 몇 년은 원래 자세로 일상을 살았겠지?”하면서 말입니다. 그럼 얼마나 더 악화된 제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을까요? 좀 더 일찍 알았다면...이라는 후회가 들다가도 앞으로 살 날이 70년인데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이내 다가옵니다. 처음 도수치료를 받는 날, 한 번도 풀어진 적 없었던 근육들에 와닿는 손길에 저는 조금 울컥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동안 너무 내 몸을 방치해 왔구나, 하고 제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우연한 계기로 한 번쯤 병원을 찾게 되면, 몰랐던 나의 몸 상태를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사실을 마주하는 일은 썩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그 후의 일상이 그 전과는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번 알게 된 이상 그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법이니까요. 일상 속에서 별생각 없이 했던 동작들에 제동이 걸리고, 한 번씩 다시 생각하고 고쳐 잡으며 일일이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하지만 불편한 기분과는 별개로, 내 몸은 틀림없이 나은 방향으로 회복해 나갑니다. 새로 길들이느라 어색한 생활패턴은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고, 내 몸에 대해 스스로 더 알게 되고 친밀해지는 돌봄의 기분도 느낍니다.
일상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 불편함이나 통증은 무시하기 십상입니다. 병원을 가기에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결코 편안하지는 않은 찌뿌둥한 감각을 안고 많은 이들이 일상을 나지요. 하지만 일상 속의 미묘한 불편함에도 분명히 원인은 있고, 생각했던 것보다 그 원인이 생활의 판도를 뒤바꿀 정도로 핵심적인 요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한 번쯤은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에 가 나의 몸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입니다. 이상 없이 건강하다고 하면 좋은 것이고, 이상이 있어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고 하면 이제라도 알게 되어 좋은 것이지요.
내 몸에 조금 더 다정한 관심을 기울입시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치곤 했던, 몸이 외치는 호소가 있지는 않았는지요. 오늘부터 나의 일상이 달라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