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마음가짐을 만드는 ‘자리’의 사물
매일 아침, 저의 식사 풍경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평소 쓰던 그릇과 먹던 메뉴는 똑같은데요.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하늘색 테이블 크로스입니다. 몇 주 전, 연남동에서 열린 팝업에 들러 구매해 온 ‘우물(UMOOL)'의 테이블 크로스인데요. 차분하고 싱그러운 공간 속에 납작하게 놓인, 푸른 여름을 닮은 색의 천이 마음에 쏙 들어 데려 왔습니다.
사실 테이블 크로스를 산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워낙 밥상을 예쁘게 차려 먹는 것을 좋아해, 예전에도 광목 소재에 미색의 정취가 아름다운 테이블 크로스를 썼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먹다가 음식물을 흘리면, 즉시 숟가락을 내려놓고 허겁지겁 화장실로 달려가 얼룩을 지우기 바빴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요. 기분 좋은 식사를 하기 위해 마련한 물건인데, 역설적으로 마음 편히 식사를 하지 못하게 해 저의 생활에 있어서는 그만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버린 물건이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구매한 테이블 크로스는 아침 식사 때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의 아침 식사는 건강식을 바탕으로 똑같은 메뉴로 정해져 있는데요. 조금 흘린다고 하여 얼룩이 질 만한 음식들이 아니라 비교적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책상 위에 테이블 크로스를 까는 감각은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밥을 먹는다는 일상의 평범한 행위가 나의 소중한 한 끼를 챙기는 특별한 의식이 된 것만 같았지요. 고작 그릇 밑에 테이블 크로스 하나를 깔았을 뿐인데 말입니다. 매일 비슷한 풍경이었던 아침 식사의 풍경도 여름에 어울리는 분위기로 단장했습니다.
물건을 사용할 때, 그 물건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 그 작은 행위로 충실한 삶을 위한 한 걸음이 시작됩니다. 충실하다는 것은 무언가를 채워 알차게 하기 위한 성실한 태도입니다. 일상 속에서의 충실한 행동은 보다 구성진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 차례 덧대는 작은 손길입니다. 가령 오늘의 건강을 챙기는 한 끼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 한 끼 만을 위한 작은 자리 즉, 테이블 크로스를 깔아주는 것처럼요. 뿐만 아니라 물을 마실 때 컵 아래에 코스터를 하나 까는 것, 차를 마실 때 차와 계절에 어울리는 찻수건을 두는 것. 사물이 보이는 풍경에 나다운 정서와 취향이 담긴 레이어를 한 겹 덧대어 주는 것만으로 일상은 한층 충만해집니다. 그냥 사용하고 그냥 놓아둘 수도 있는데 구태여 손길을 한 번 더 들여 그 사물을 위한 작은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은 물건에 대한 존중에서 나아가 지금 이 순간을 위한 작은 세계를 완성해 주는 의식이 됩니다.
‘자리’를 만드는 물건은 좋은 마음가짐을 만듭니다. 테이블 크로스가 깔린 식사의 풍경 앞에서는 더욱 경건하고 충실한 태도로 앉게 됩니다. 찻수건을 준비해 두면 일상 속 ‘차 마시기’의 행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 ‘다도’라는 특별한 의식이 됩니다. 우리의 일상은 늘 사용하는 익숙한 물건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 물건들의 도움으로 오늘 하루를 영위해 나가는 것이지요. 그러한 물건과 함께하는 크고 작은 순간들을 애정으로 껴안으며, 순간순간을 충실히 만들 나다운 ‘자리’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거창할 것 없이, 마음에 드는 물건 하나로 만들 수 있는 풍경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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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일상의 나다운 기본을 찾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일상 속에서 나다운 중심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작은 질서이기 때문입니다. 소소한 깨달음과 생활의 태도 등 삶을 보다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라이프마인드를 이야기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당신의 오늘의 기본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