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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 Jul 16. 2023

여름엔 작고 귀여운 천가방을 멥니다

여름에는 작고 가벼운 것들을 사랑해보세요

기본적으로 겨울보다 여름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차림새가 홀가분해진다는 점인데요. 반팔티와 치마를 가볍게 걸쳐 입으면 집 앞에 나올 준비 완료. 발걸음이 사뿐해지고 공기를 두 팔로 가르며 걷는 느낌이 좋아 어깨도 최대한 가볍게 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원래도 물건을 많이 넣고 다니는 편이 아니지만 여름엔 소지품을 더 덜어냅니다. 그렇게 추린 소지품은 아주 가볍고 작은, 손바닥만 한 천가방에 쏙 담깁니다.



특별히 계절에 구애받는 건 아니지만, 왜인지 이런 천가방은 여름에 자주 들고 다니게 됩니다. 넣은 물건이 정말 적으면 맨 것 같지도 않을 정도로 가벼운데요. 가뿐한 무게로 옆구리 쪽에 매달린 앙증맞은 느낌도, 뾰족하고 딱딱한 모서리가 없어 무해한 감각도 무척이나 기특하여, 작열하는 여름의 열기 속에서 조용히 입을 다물고 내 옆을 지키는 이 펫 같은 사물을 다정히 쓰다듬어주고 싶은 기분이 됩니다.


여름의 생활은 작고 가벼운 것이 기특해지는 시간을 누리는 것인가 봅니다. 몸통을 덮쳐오는 큰 에코백이나 팔꿈치를 찌르는 무거운 가죽 가방보다 키링처럼 매달린 작은 천가방이, 크고 육중한 장우산보다 가방 속에 쏙 들어가는 앙증맞은 접이식 우산이, 큰 대접보다는 아담한 디저트 볼이 더 애틋해지지요. 일상 속에 여백을 두고 싶은 마음이, 다른 데도 아닌 사물과의 관계에서 솟아오르고 마는 오묘한 계절입니다.



저는 주말 오후에 카페에 갈 때 주로 작은 손가방을 맵니다. 지갑과 틴트, 책과 연필 그리고 일기장. 가방에 든 것은 이게 다입니다. 어깨에 가볍게 둘러매고서 사뿐한 발걸음으로 집 앞의 내리막길을 내려갑니다. 후줄근한 티셔츠와 나풀거리는 치마, 가벼운 가방을 걸치고 유유자적 골목을 걷는 <백만엔걸 스즈코>의 아오이 유우 마냥 팔을 기분 좋게 내두르면 즐거운 보폭이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이런 작은 손가방의 경우엔 밋밋한 디자인보다 귀여운 패턴이 있는 것을 선호하는데요. 아무리 단순한 옷차림으로 외출해도 가방 하나만으로 포인트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도 일부러 가방이 보이게끔 찍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더더욱 이 작은 사물이 여름날 기분 좋은 나들이를 증명하는 표식이 된 것만 같습니다. 여름에 간 소박한 여행마다 이 가방을 메고 있거든요. 아무것도 넣지 않을 땐 옷처럼 납작해지므로, 여행을 갈 때 사이드로 들고 가기에도 유용합니다.


일상 속에 딱 적당한 무게감을 아는 것. 그것은 기분 좋은 생활을 데려오는 작은 한 끗입니다. 여름에는 작고 가벼운 것들을 사랑해보세요. 들꽃 같이 앙증맞고, 토마토처럼 새콤한 매력이 있는 물건을 곁에 둬 봅시다.



<오늘의 기본> 인스타그램에서 보기


<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일상의 나다운 기본을 찾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일상 속에서 나다운 중심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작은 질서이기 때문입니다. 소소한 깨달음과 생활의 태도 등 삶을 보다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라이프마인드를 이야기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당신의 오늘의 기본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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