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미래를 존중하는, 일상의 최전방
제 방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책상입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밥을 차려 먹길 좋아하는 저의 거의 모든 생활이 책상 위에서 이루어지지요. 그러다 보니 책상 위는 늘 어질러진 상태가 디폴트였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우연히 서점에서 한 책을 발견했는데요.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책상은 항상 깨끗이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항상 방을 정돈해야 한다는 말은 지겹도록 들었지만, 그 와중에 ‘책상’을 콕 집어 말하고 있는 게 신선해서 눈이 갔습니다. 문장을 읽고, 그 후로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책상이라는 장소는 나를 더 생산적이고 성공적인 삶을 살게 하는 의식들을 반복하는 자리입니다. 고요하고도 치열한, 일상 속 작은 전장인 셈이지요. 그렇기에 나의 마음가짐과 어떤 일에 임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정돈되고 온전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런 장소가 아무렇게나 방치되고 어지럽혀져 있다면, 무의식 중에 머릿속도 쾌적하지 못한 상태일 테고 그게 그대로 나의 업무나 작업, 즉 책상 위에서 하는 모든 행위에 그대로 녹아들기 마련입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쾌적하고 명료한 정신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쾌적하고 명료한 ‘자리’가 필요합니다.
쾌적하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책상 위에 있는 것들을 가지런하게 정돈하고 깔끔하게 유지하면 되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명료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정보량이 적은‘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깨끗하고 단정한 상태를 넘어, 오롯이 책상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중요한 일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만 놓여 있는 것이지요. 단순히 책상 위에 마땅히 올려둘 법한 물건이라는 생각에 별생각 없이 벌려 두었던 물건을 자세히 다시 살펴보면, 생각보다 요즘 자주 손댈 일이 없는 것,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관계없는 예전의 노트 등... 나의 시선을 무의식적으로 분산시키는 것들이 넘쳐납니다. 그런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책상을 ‘지금 일상의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중요한 생활을 서포트해 주는 환경‘으로 세팅하는 의식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더불어 자기 전에는 하루동안 어질러졌던 책상을 깨끗이 정리하는 ‘테이블 리셋‘ 습관을 실천하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지금 저의 책상에 남겨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 To-do List 메모지, 작업을 할 때 뿌리는 룸스프레이, 연필꽂이, 연필깎이, 도화지, 일기장과 작업 노트 등을 꽂아둔 정리함, 스피커, 책갈피. 아침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으면 거슬리는 것이 없어 시야가 쾌적하고, 작업을 하고자 할 때도 넓게 트인 빈 공간 덕분에 훨씬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또한 보다 생산적인 하루를 위해 설계된, 나의 질서가 깃든 의식적인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나의 목표와 할 일 등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한층 경건해집니다.
책상을 항상 단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곧 나를 존중하는 의식입니다. 내가 책상 위에서 만들어나갈 생활과 미래를 지지하는 일이지요. 여러분의 책상엔 과연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고, 나의 생활과 꿈을 지지하는 질서와 물건들로 꾸린 일상의 작은 최전방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매일 마주하는 책상이 오늘부터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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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일상의 나다운 기본을 찾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일상 속에서 나다운 중심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작은 질서이기 때문입니다. 소소한 깨달음과 생활의 태도 등 삶을 보다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라이프마인드를 이야기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당신의 오늘의 기본은 무엇인가요?